쪽지시험 부정행위 의심에 여고생 '극단 선택'…"억울하다"

입력 2021-06-14 15:38:14 수정 2021-06-15 10:11:53

반성문에 "서랍 속 쪽지, 시험지에 없는 내용"…경북도교육청, 대책반 구성해 감사 착수
유족 측 "억울한 죽음, 철저한 진상 조사해야"

지난 10일 영어 수업 수행평가 도중 부정행위를 했다고 지적받자 반성문(사건경위서)에 억울함을 호소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A(17) 양이 작성한 반성문. A양 유족 측 제공
지난 10일 영어 수업 수행평가 도중 부정행위를 했다고 지적받자 반성문(사건경위서)에 억울함을 호소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A(17) 양이 작성한 반성문. A양 유족 측 제공

경북 안동시 한 고등학교에서 2학년 학생이 쪽지시험 중 부정행위를 의심받자 반성문(사건경위서)에 억울함을 호소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과 교육 당국은 진상 조사에 나섰다.

14일 경북도교육청과 경찰, 유족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9시 45분쯤 A(17) 양이 안동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A양은 학교에서 1교시 영어수업 수행평가를 하던 중 교사에게서 부정행위를 했다는 지적을 받고, 교무실 내 별도 공간에서 반성문을 썼다. 당시 교사는 A양 책상 서랍에서 영어 문장이 적힌 쪽지를 발견해 부정행위를 의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A양은 2교시 수업 시작 후에도 홀로 반성문을 썼고, 교사가 자리 비운 사이 학교 인근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이 공개한 A양의 반성문에는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억울함이 담겨 있었다.

내용에는 "세 문장이었고 수행평가지에는 이 문장이 없습니다(A양의 서랍에서 발견된 쪽지와 수행평가지 내용은 관계가 없다는 내용을 설명). 그런데도 0점 처리된다면 받아들이겠습니다"고 했다. 이어서 "저는 이제 아무 가치가 없습니다" 등의 글을 남겼다.

이번 사건에 대해 유족 측은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믿어주지 않고 부정행위자로 낙인 찍고 선생님으로부터 반성문을 작성하도록 강요받고 모욕적인 말을 들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 수업 시간 중 외출증 없이 외부에 나갔음에도 학교에서는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며 관련 기관의 철저한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교육청은 대책반을 구성해 해당 학교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다. 경찰도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자 학생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교사와 학생 등을 상대로 사건 경위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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