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준 뉴욕주립대(빙햄턴) 경제학과 교수
통신(Information Technology) 혁명은 생활을 월등히 편리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이제 전화, 전자메일, 컴퓨터 없이는 개인의 생활은 물론 산업 활동도 어려운 시대에 왔다.
알렉산더 벨이 1875년 최초의 벨 전화기를 출시한 지 150여 년이 지났다. 고정 다이얼식은 휴대폰으로 진화하였고 거기서 업그레이된 스마트폰은 이제 누구나 상시 휴대하는 필수품이 되었다. 위급한 사건으로 약속을 못 지킬 때는 즉시 통화로 알려줄 수 있으니 옛날과 같이 장시간 헛되게 기다리는 일도 없어졌다.
전화기 발명, 전자메일과 같은 통신 혁명으로 생활이 월등히 편리해졌지만 나쁜 점도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끊임없이 걸려 오는 원치 않는 통화가 그 하나다. 자동차의 성능 보증기간이 끝났다며 보증 연장을 해 주겠다는 로보콜(자동전화)이 같은 목소리로 매일 두 번씩 온다. 발신자 차단을 설정해 두어도 계속 전화번호가 바뀌니 도리가 없다. 선거철에는 또 수많은 여론조사 기관에서 저마다 잠시만 전화로 설문조사를 하자고 한다.
이들 전화는 왜 부당한가? 그것은 재산권의 침해이기 때문이다. 전화번호는 사유재산이며 나와 무관한 사람이 내 번호로 계속 전화하는 것은 사유재산 침해가 된다. 원치 않는 통화로 뺏기는 시간도 마찬가지다.
성가신 전화보다 더 심각한 것은 컴퓨터 해킹이다. IT에 의존하기는 제조업은 물론 의료, 교육, 행정 등 서비스산업이 더하다. 우리 대학의 컴퓨터 시스템도 지난 연말 해킹을 당해 교직원들이 저장해 둔 데이터를 몇 주일간 사용할 수가 없었다. 필자의 사무실 컴퓨터는 복원됐지만 외장 드라이브에 저장한 자료는 회복이 안 된다. 오래된 워킹 페이퍼는 다시 쓸 수도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자택에서 원격 강의를 하기 위해서 교과목 관련 파일을 일체 복사해 둔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이제 학교 컴퓨터나 시스템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로그인을 한 후 다시 휴대전화로 일회용 비밀번호를 받는 이중 인증의 불편함을 거쳐야 하게 되었다.
미국 내의 악성 컴퓨터 바이러스 공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랜섬웨어(Ransomware) 범죄단은 많은 경우 근원지가 러시아다. 이들은 랜섬웨어라는 악성 소프트웨어를 컴퓨터 네트워크에 설치해 사용자들이 컴퓨터 파일을 열 수 없게 만든 후 파일을 열어 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한다. 2020년 미국에서는 2억 회에 달하는 랜섬웨어 공격이 있었고 이 중 3분의 1이 러시아 연방보안국 FSB(KGB의 후신)와 연계되어 있다는 류크(Ryuk) 범죄단에 의한 것이었다고 한다.
지난달에는 컬로니알 파이프라인(Colonial Pipeline)이 다크사이드(DarkSide)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미 동부의 유류 파이프 라인이 정지됐었다. 이번 달에는 레빌(REvil)의 공격으로 세계 최대 육류 생산 회사 JBS가 미국과 호주에서 쇠고기 생산을 중단해야 했었다. 다크사이드와 레빌 역시 러시아에 소재한 해킹 조직에 의한 것이다.
사이버 범죄 조직은 많은 경우 러시아, 중국, 북한 등 불량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응하는 측에서도 국가적 지원이 불가피하다. 정보기관이 사이버 범죄의 원천을 파악한 후 검찰과 법원이 범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 또 날로 고도화해 가는 컴퓨터 바이러스로부터 컴퓨터 망을 보호하기 위한 백신 개발에도 정부의 역할이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미국 정부는 민간 제약 회사들의 백신 개발 규제를 완화하고 백신 물량을 대량으로 선도 구매함으로써 사태를 극적으로 조기 수습하고 있다. 현재 전 국민의 50% 이상이 접종을 완료했다는 소식이다. 랜섬웨어 등의 사이버 범죄도 코로나19와 같은 심각한 재난을 초래할 수 있다. 코로나19 대응에서처럼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필요한 분야이다. 새로운 변이 컴퓨터 바이러스가 나타날 때 즉각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어 저렴한 가격으로 대중에게 보급하고 코로나19에 대한 마스크 착용처럼 백신 설치를 권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이버 범죄의 소탕에서 예방까지 정부-민간의 협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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