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sight] '조선구마사' '강원도 차이나타운'…한국 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입력 2021-06-09 06:00:00 수정 2021-06-09 06:14:01

세계를 향한 '중국의 조용한 침공' 中國夢
해외 중국인은 사실상 '中 공산당 협력자'
韓·호주·일본 주타깃, 대미동맹 해체 목표
유럽연합(EU) 동유럽, 탈 중국 본격화?
"한국 영화·TV, 미묘한 중국 영향 우려"

중국의 조용한 침공. 매일신문DB
중국의 조용한 침공. 매일신문DB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경영학박사. 사회복지사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경영학박사. 사회복지사

▶EU(유럽연합), 동유럽…反中 정서·시위 '전 세계 확산'

지난 5일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른 규제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반중 시위가 열렸다. 친중(親中) 헝가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상하이 푸단대 헝가리 캠퍼스' 건설을 반대하기 위한 반정부, 반중국 시위였다.

헝가리 정부는 헝가리의 연간 고등교육 예산 전체보다 많은 15억 유로(약 2조원)을 들여 중국 상하이 푸단대 캠퍼스를 유치·건설할 계획이다. "헝가리 학생들에게 보다 질 높은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분이지만, 야권과 시위대는 "중국 스파이 양성소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도 그럴 것이 푸단대 헝가리 캠퍼스 건설비 15억 유로는 중국 자본을 빌려 건설되고, 중국의 건설업체가 중국에서 건축 자재와 인력을 들여와 건설한다. 헝가리 국민 경제에 무슨 보탬이 되느냐는 의구심이 생길 만한 조건이다. 게다가 나중에 건설비 중 13억 유로는 헝가리 정부가 되갚아야 한다.

이 때문에 친중(親中) 헝가리 정부는 '매국노'라는 국민적 비판에 휩싸여 있고,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가 유력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푸단대 헝가리 캠퍼스 건설을 찬성하는 헝가리 국민은 20%에 불과한 실정이다.

스웨덴은 유럽의 대표적 친중(親中) 국가로 꼽히던 나라였다. 유럽 최초의 '공자학당'이 설립된 곳도 스웨덴이었다. 이랬던 스웨덴이 유럽에서 가장 먼저 '공자학당'을 폐쇄했다. 중국 정부의 홍콩·위구르에서의 반인권 행위와 적반하장(賊反荷杖)식 전랑외교(戰狼外交; 늑대 외교 , 중국의 외교관들이 채택한 것으로 알려진 공격적인 외교 스타일)에 대한 반발이다.

지난달에는 리투아니아가 중국이 유럽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기위해 심혈을 기울여 구축한 '17+1(동유럽 17개 국가 + 중국)' 체제 탈퇴를 공식 선언해 중국 당국에 큰 충격을 줬다. 인구 269만 정도의 '작지만 큰 나라'(!) 리투아니아가 '더 이상 중국의 꼬붕 노릇 안 하겠다'고 치고 나간 셈이다.

경제 지원을 빌미로 추진해온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에 '속아(?)' 각종 주권을 조금씩 내주면서 중국의 실체를 깨닫게 된 다른 동유럽 국가들의 동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유럽연합(EU)은 그동안 독일·프랑스 주도로 친(親) 중국적 성향을 보여왔다. 무려 6년 간의 협상 끝에 EU와 중국은 지난해 말 '포괄적 투자협정(CAI)'을 체결했다. 유럽의회의 비준만 남은 상태였다.

그러나 유럽의회는 지난달 21일 'EU-중국 간 포괄적 투자협정 논의를 동결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EU 정치인의 '중국 내 위구르 인권 문제 제기'에 대해 중국이 적반하장(賊反荷杖) 격으로 각종 '제재'를 남발하며 전랑외교(戰狼外交)로 위협한 것에 대한 반발이자 반격이다.

유럽연합(EU)는 '대(對) 중국 포괄적 투자협정'의 사실상 무산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만회하기 위해 '인도'를 새로운 파트너로 한 '포괄적 투자협정'을 서두른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인권적 전체주의 중국을 대신해 중국과 갈등 관계에 있는 '인도'로 눈을 돌린 셈이다.

인도는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구축한 '인도·태평양 4개국 연합체(쿼드; 미국-일본-인도-호주)의 핵심 멤버라는 점이 주목된다.

▶호주에 무역 보복한 중국, 오히려 '철광석 덫에 빠져 허우적!'

〈중국의 조용한 침공(클라이브 해밀턴 지음/ 김희주 옮김/ 세종서적 출판)〉 한국어판이 최근 출간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호주 찰스스터트대학교 교수인 저자가 이 책을 출간하기 위해 출판 계약을 맺을 당시, 중국 공산당 관계자의 압력을 두려워한 (호주) 출판사들이 잇따라 계약을 철회하기도 했다. 그만큼 호주는 중국 공산당에 의해 장악되었던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이 책의 출간 이후, 호주는 '외국인, 외국 기업의 기부 금지' 정책을 추진하는 등 변화해 갔다. '中 화웨이 공략'에 가장 먼저 동참했고 '코로나19 중국 우한 기원설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으며, '홍콩·위구르 인권 탄압'을 강력히 비판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 동맹인 미국의 '쿼드'에도 가입했다.

중국은 강력한 경제 보복으로 맞섰다. 이미 호주는 '중국의 조용한 침공'에 의해 무역의 40% 정도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었다. 중국은 이를 무기(?)로 철광석에서 석탄까지, 보리에서 와인, 쇠고기, 랍스터……관광객에 이르기까지 호주 경제의 목줄을 죄었다.

그러나 호주는 중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았고, 오히려 '갑·을이 뒤바뀌는 처지'가 되고 있다. 세계경제가 코로나19로부터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철광석 가격이 올해만 40%나 오를 정도로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철광석 수출 1위인 호주의 철광석을 중국이 수입하지 않을 경우 중국 경제는 사실상 마비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중국의 무역 공격에 따른 부메랑 효과로 인해 설사 중국에서 (호주에 머리를 숙여) 호주산 철광석을 수입하더라도 '높은 가격'을 지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계 2위 브라질 철광석 광산은 2019년 발생한 댐 붕괴 여파로 인해 아직 정상화 되지 못한데다가 코로나19의 창궐로 경제 활동이 크게 위축되어 대안이 될 수 없고, 아프리카의 철광석은 철도·항만 등 인프라가 거의 없어 '그림에 떡'일 뿐이다.

경제보복과 호전적인 전랑외교(戰狼外交)로 중국몽(中國夢)을 꾸던 중국 공산당이 꿈에서 깨어나 호주 등 세계와 새로운 관계를 정립할 수 있을지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난 2019년 12월
지난 2019년 12월 '중국복합문화타운 조성사업' 행사에 참석한 최문순 강원도지사(왼쪽). 매일신문DB

▶중국의 호주 장악 방정식에서 '세계 침공 전략을 읽다'!

클라이브 해밀턴의 저서 〈중국의 조용한 침공〉은 중국 공산당이 호주를 비롯한 다른 나라의 학교(대학), 정치, 기업, 언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어떻게 여론을 선동하고 (중국 친화적으로) 정책을 바꾸는지 그 영향력을 낱낱이 밝히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드라마 '조선구마사' 논란이나, '최문순 강원도 지사의 차이나타운 추진' 등이 별개의 파편적인 스캔들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의 '세계 침공 방정식'을 정확히 읽는 것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고, 독립을 유지하는 첩경이다. 해밀턴 교수는 '중국을 막기에 이미 늦었는지 모르지만 지금 호주의 독립성을 되찾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 놓인 대한민국을 비롯한 각국들 역시 '독립운동'에 나서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시진핑의 중국 공산당은 '중국 민족이 다른 어떤 민족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오래 전 중국이 천하를 잡았던 시절의 부활, 중국몽(中國夢)'을 꿈꾼다. 이를 위해 경제적 군사적으로 강대국이 된 중국은 한편으로는 문화 산업화를 통한 '소프트파워'라는 당근을 휘두르고 한쪽으로는 경제적 군사적 압박이라는 채찍을 휘두른다.

'소프트파워' 부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해외 중국인들'이다. 일반적인 나라들은 뛰어난 인재들이 줄지어 해외로 취업하는 상황이 국력을 약하게 만든다고 걱정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해외 중국인들이 정치, 경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해외의 전략과 기술을 중국 본토로 옮기며, 중국의 문화를 해외 각 국으로 전파한다고 생각한다.

'공산당' 일당 독재국가인 중국은 '국가'와 '당'을 하나로 보는 사상을 갖고 있고, 막대한 중국 공산당의 인력과 자금이 이를 뒷받침 함으로써 해외 중국인들은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는 사실상의 '전사(스파이)'로 거듭난다고 해밀턴 교수는 지적한다.

이런 중국인들의 로비를 받은 정치인들은 중국 기업과 중국 공산당이 들어오기 좋은 정책을 만들고, 그렇게 들어온 중국 기업들은 그 나라의 땅(집)과 기업을 무서운 속도로 사들인다. 언론사가 이런 상황을 비판하는 보도를 하면 중국 공산당은 광고를 빼는 식으로 언론을 통제한다. 이 뿐이 아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중국의 입맛에 맞는 정보와 역사, 문화 교육이 진행된다.

이 모든 것은 중국이 아니라 호주와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 세계 각 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주석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실제로 한국은 과거 중국의 일부였다"고 했다. 다른 나라의 역사를 태연하게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어 세계에 선전하는 것이 중국 공산당이다. 한반도 역사를 왜곡하는 동북공정, 황해를 침탈하는 서해공정, 김치·한복공정 등이 모두 일맥상통한다. 비슷한 일들이 호주, 동남아 각 국 등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강원도 정동진 차이나 드림시티 구상도. 매일신문DB
강원도 정동진 차이나 드림시티 구상도. 매일신문DB

일련의 사태들에 대해 세계 각 국의 시민들은 중국을 무시하고 혐오한다. 하지만 해밀턴 교수는 "중국의 전략을 읽지 못하고 혐오하는 행동은 위험하며, 중국을 무시하거나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클라이브 해밀턴 교수에 따르면 중국의 최종 목표는 미국이다. 호주와 한국, 일본 등을 비롯해 아시아 여러 나라에 막대하게 영향력을 넓히는 이유가 미국과의 동맹을 약화시키고 패권국으로 군림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해밀턴 교수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은 고유한 역사와 문화가 자랑스러운 나라다. 하지만 최근 중국 공산당이 한국의 영화와 TV 산업에 미묘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해밀턴 교수는 2016년 호주 정치인의 중국 스캔들이 터진 것을 계기로 중국의 영향력 이슈에 연구를 집중해 왔으며, 1986년에는 영국 서섹스대학교 경제학발전연구소에서 '한국의 자본주의적 산업화'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는 등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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