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동네책방] <25>문경 그림책방 '반달책방'

입력 2021-06-21 11:23:51 수정 2021-08-11 17:27:23

문경성당 맞은편… 9월부터 읍내 중심가로 이전
"그림책은 치유로 가는 중간 단계"… 월, 화 휴무

문경시 문경읍에 있는 동네책방
문경시 문경읍에 있는 동네책방 '반달책방'. 김태진 기자

문경새재에서 문경읍 방면으로 천천히 차를 몰고 가면 3분 거리에 전형적인 읍내거리가 나온다. 빠른 걸음으로 10분이면 읍내 번화가를 다 볼 수 있을 정도로 보인다. 막상 걸어보면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들이 많아 속보로 걷긴 힘들다. 천천히 여유를 만끽하며 걷다 보면 번화가와 주택가의 구분은 점점 모호해지는데 경계석처럼, 여기까지가 번화가라는 걸 표시하듯, 멀끔하게 자리잡은 곳이 '반달책방'이다.

지난해 10월부터다. 엄연한 문경읍내 그림책방이다. 귀촌하려고 정착했다는 임보라 씨가 책방지기다. 문경시가 귀촌 프로젝트로 진행한 '달빛탐사대'에 참여한, 과수원 농사를 짓겠다는 남편을 따라 온 것이라 했다. 임 씨 자신도 어린이집에서 근무했던 경험에서 그림책에 착안했다. 그림 그리기를 즐겼던 취향도 한몫했다. 지금은 잘 보이지 않는 잡지인 2009년판 '그림책 상상' 등 희귀책자가 그림책방에서 눈에 띈 이유였다.

오로지 책만 파는 곳이다. 문경새재에서 뿜어져 나오는 산소는 이곳까지 영향권을 형성하고 있었는데 한적함과 더해져 뭔가를 잊고 머물기에 알맞아 보였다. 그러나 7만명에 그치는 문경시 인구, 어르신이 많은 문경읍의 인구 구조는 그림책방 유지에 악조건으로 비쳤다. 더구나 지난해 초 새재유치원이 운영을 중단했을 만큼 근래 들어 급격히 아이들이 줄어 아이디어가 탁월하지 않고서는 버텨낼 재간이 없어 보였다.

임 씨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에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한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림교실을 운영한다. 어르신과 아이들이 책을 직접 만들어보게 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문경시 문경읍에 있는 동네책방
문경시 문경읍에 있는 동네책방 '반달책방'. 김태진 기자

코로나 시국이다 보니 책방을 찾는 이들의 숫자를 금세 파악할 수 있다. 출입자 명부가 모든 상가에 비치됐기 때문이다. 하루 5~6명이다. 주소지를 보니 고객의 절반 이상이 상주, 예천, 안동 등 인근에서 온 이들이다. 서울에서 오기도 하는데 대개는 문경새재까지 왔다가 들른 이들이라고 했다. 임 씨는 "멀리서 온 이들은 그림책을 찾아 스스로 온 건데 그들에게 그림책은 치유로 가는 중간 단계로 인식되고 있다"고 했다.

치유라는 콘셉트에 어울리는 그림책들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책방지기의 북큐레이션에는 하이케 팔러의 '100'이 놓였다. 인간의 나이대별 변화를 짧은 글과 그림으로 보여주는데 '인생 그림책'이라고 불려 이곳을 찾은 이들이 꽤 오래 보다 가는 책이다.

반달책방의 베스트셀러는 미야자와 겐지의 시를 바탕으로 만든 '비에도 지지 않고'다. 세 가지 버전으로 출간돼 있다. 1인 출판사인 그림책공작소에서 펴낸 스케치수묵화, 언제나북스에서 펴낸 풍경화, 여유당에서 펴낸 동화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그림책을 보는 이들의 심리를 어루만진다.

문경시 문경읍에 있는 동네책방
문경시 문경읍에 있는 동네책방 '반달책방'. 김태진 기자

반달책방은 9월부터 읍내 중심가로 이동한다. 현재의 자리에서 100m 쯤 떨어진 곳에서 다시 문을 연다. 임 씨는 "책방을 산꼭대기에 열어도 찾아올 사람은 찾아올 거라는 믿음"이라고 했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무, 운영시간은 낮 12시~오후 6시다. 문의) 010-8983-2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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