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전략부재…애플 국내 R&D 센터 유치 실패

입력 2021-06-07 16:10:24 수정 2021-06-07 20:05:40

뒤늦게 뛰어든 포항으로 낙점…경북도와 협력 못 이끌어낸 탓
지역 경제계 "대응 잘못" 지적

경북 구미시청 전경. 매일신문 DB
경북 구미시청 전경. 매일신문 DB

경북 구미시가 애플의 국내 중소기업 제조업 연구개발(R&D) 지원센터와 개발자(디밸로퍼) 아카데미를 구미에 유치하려다 실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체계적인 대응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구미는 애플 공급사를 비롯해 모바일 관련 중소기업만 수 백여 곳이 입주한 모바일 제조 기반의 도시여서 애플의 제조업 R&D 지원센터 만큼이라도 구미에 건립하도록 재검토돼야 한다는 구미 경제계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구미시와 구미 경제계에 따르면 최근 애플이 국내 이동 통신사에 광고비·수리비를 떠넘기는 등 '갑질'을 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자, 애플은 1천억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내놓기로 했다.

이 상생기금은 제조업 R&D 지원센터와 개발자 아카데미에 650억원, 아이폰 소비자들에게 유상 수리비·휴대폰 보험 상품 가입비 할인 등으로 250억원, 디지털 교육 지원에 100억원 등에 쓰인다.

이에 따라 구미시는 지난 2월부터 400억원 규모의 애플 제조업 R&D 지원센터와 250억원 규모의 ICT 인재 양성을 위한 개발자 아카데미 유치에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유치전을 벌이는 곳은 부산시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포항시와 창원시가 합세하면서 유치전은 치열해졌다.

구미시는 2월 애플의 대표 공급사인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LG이노텍 정철동 대표를 만나 유치 협력을 이끌었고, 4월엔 브랜든 윤 애플코리아 대표가 직접 구미를 찾아 설립 부지를 살펴 보도록 하는 등 유치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지난달 애플의 제조업 R&D 지원센터와 개발자 아카데미 건립지가 포항공대로 사실상 결정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구미 경제계에서는 구미시의 전략 부재를 비판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포항시가 이 사안을 경북도와 충분히 협력한 반면 구미시는 경북도와의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구미시가 건립지로 제안한 금오공대와 포항시가 제안한 포항공대와의 여러가지 차이도 이번 유치에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와 함께 구미 경제계는 제조업 R&D 지원센터라도 구미에 건립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구미의 모바일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이번 투자 계획은 국내 중소기업의 하드웨어에 우수한 소프트웨어를 입혀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인 만큼 이 같은 시설은 하드웨어가 밀집한 구미에 건립하는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산단에 애플 공급사를 비롯 모바일 관련 기업 수 백여 곳이 입주한 만큼 포항공대와의 접근성도 고려돼야 한다. 따라서 개발자 아카데미는 소프트웨어가 앞선 포항공대에 건립하더라도 제조업 R&D 지원센터는 구미에 건립하는게 타당하다"고 했다.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 전경. 매일신문 DB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 전경. 매일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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