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측 청와대 국민청원서 주장
세종시 조치원 쌍용C&B 공장에서 파지 하역 작업을 하다 파지 더미에 깔려 숨진 50대 화물차 운전기사 유족이 "회사 측이 잘못을 인정하고 위험한 작업 환경을 개선할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조치원 *****공장에서 산재사고로 사망한 52살 화물노동자의 딸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와 3일 오후 8시 현재 9천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산재사고로 사망한 52살 화물노동자의 딸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아버지는) 컨테이너 문 개폐 작업을 하다가 컨테이너에 실려 있던 파지더미가 떨어져서 개당 무려 300~500kg에 달하는 파지더미 두 개에 깔려 크게 다치셨다"며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제대로 된 수술조차 받지 못하시고 중환자실에서 겨우겨우 버티시다가 장기파열로 인한 과다출혈로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는 사고가 난 이유로 ▷안전장치의 부재 ▷안전하지 않은 작업 환경 ▷컨테이너 개폐 작업에 필요한 전문인력 부재 등을 꼽았다.
청원인은 "화물노동자분들은 현재도 이렇게 위험천만한 곳에서 정당한 대우도 받지 못하시고 안전의 권리도 지켜지지 않은 채 일하시고 계신다"며 "컨테이너 문을 개폐하라면 해야 하고, 하지 않으면 일을 주지 않거나 작업 순번을 끝으로 미룬다거나 출입을 못하게 하는 등 불이익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아빠와 같은 사고는 처음이 아니라 전에도 다른 곳에서 비슷한 사고가 몇 차례나 더 있었다"며 "이러한 사고가 빈번하게 생기고 있음에도 회사는 위험을 무시하고 돈을 덜 쓰기 위해 화물노동자분들이 목숨을 걸고 본인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사고가 있었던 당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똑같은 위험한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갔고 작업을 재개해야 한다며 사고 현장을 훼손했다"며 "부당한 사고를 만들고 사람을 죽인 회사는 본인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발뺌하며, 책임 전가만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끝으로 "열심히 살다가신 저희 아빠를 위해 아직까지도 안전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고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며 일하시는 남은 화물운전기사분들을 위해 더 이상은 어느 누구도 희생당하지 않게 회사 측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위험한 작업환경을 개선할 수 있게 힘이 되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쌍용 C&B측은 이날 처음으로 공식 입장문을 내고 사과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쌍용 C&B 측은 입장문에서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됐을 사고로 씻을 수 없는 피해와 상처를 받은 유가족께 진심으로 위로와 사과 말씀드린다"며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화물운전자가 고유 업무 외의 추가 위험 업무를 하지 않도록 별도 인력을 충원하고, 사고 장소인 도크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26일 화물차 운전기사 장모 씨는 세종시 조치원 쌍용 C&B 공장에서 화물차 문을 열었다가 300kg에 달하는 파지 더미가 쏟아지면서 깔렸고, 다음날 결국 숨졌다.
민주노총 화물연대와 유가족은 전날 쌍용 C&B 서울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 씨가 병원에 이송된 후 약 30분 만에 사측이 사고 현장을 정리했다"며 이 모습을 담은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전날 저녁 사측은 뒤늦게 노조 측과 사고 처리와 재발방지책 마련 등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글 전문.
조치원 *****공장에서 산재사고로 사망한 52살 화물노동자의 딸입니다.
저희 아빠는 30년 가까이 화물운전기사로 일하셨습니다. 이 일을 하시면서 화물노동자분들의 정당한 대우와 안전의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 20년 가까이 소리 높이셨습니다. 저희 아빠는 5월 26일 오전, 광양에서 파지더미가 실린 컨테이너를 싣고 조치원 *****로 향했습니다. *****에 도착 후 짐을 내리기 위해 컨테이너 문 개폐 작업을 하였고, 이 작업을 하다가 컨테이너에 실려 있던 파지더미가 떨어져서 개당 무려 300~500kg에 달하는 파지더미 두 개에 깔려 크게 다치셨습니다. 아빠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총 세 번의 심정지가 왔고,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제대로 된 수술조차 받지 못하시고 중환자실에서 겨우겨우 버티시다가 27일 오후 12시 15분경 돌아가셨습니다. 사망 사유는 장기파열로 인한 과다출혈이었습니다.
저희 아빠가 사고 난 이유는
1. 컨테이너에 짐을 실어준 회사에서 짐이 떨어지지 않게 안전장치를 해줬어야 하는데 안전장치가 없었습니다. *****는 안전장치를 하라는 지시도 하지 않았고, 안전장치가 되어왔는지 확인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2. 짐을 내리는 곳에는 큰 경사면이 있었고, 여기를 후진으로 내려가면 짐이 문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곳의 작업 환경이 안전하지 못했습니다. 이를 알면서도 *****는 평지에서 컨테이너 문을 열고 작업장으로 내려오면, 파지 부스러기가 날린다고 경사면을 내려온 후에 컨테이너 문 개폐 작업을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원래는 평지에서 컨테이너 문을 개폐 후 작업장으로 내려가 짐을 내리는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되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파지 부스러기가 날린다며 작업장으로 내려가 차가 기울어진 상태로 컨테이너 문을 열라며 작업방식을 바꿨습니다. 이러한 작업방식으로 작업을 하다가 컨테이너에 실려 있던 화물이 떨어진 적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인명 사고가 없었다는 이유로 이렇게 위험한 작업환경을 개선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작업환경은 저희 아빠나 화물노동자분들이 아닌 전문 인력을 고용해서 작업했다고 해도 사고가 날 수 밖에 없는 위험한 작업환경입니다.
3. 컨테이너 문 개폐 작업은 화물노동자분들의 고유 업무가 아닙니다. 컨테이너 문 개폐 작업은 ***** 회사에서 전문 인력을 고용하여 안전관리자를 배치한 후, 전문 인력이 해야 하는 일입니다. 컨테이너 문 개폐, 컨테이너 내부 청소는 위험한 일이라 화물노동자분들이 하지 못하게 되어 있고, 국토부에서도 '이러한 작업을 차주에게 수행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비용절감과 관행이라며 이 위험한 일을 화물노동자분들에게 시켰고, *****는 사고가 날 수 밖에 없는 작업환경에서 사고가 날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전문 인력을 고용하지 않았습니다. 화물운전기사인 저희 아빠에게 컨테이너 문 개폐 작업을 시켰습니다. 더군다나 이 위험한 작업을 하는 곳에는 안전관리자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희 아빠는 가족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화물노동자분들은 현재도 이렇게 위험천만한 곳에서 정당한 대우도 받지 못하시고 안전의 권리도 지켜지지 않은 채 일하시고 계십니다. 화물노동자분들은 작업현장에서 힘이 없기에 컨테이너 문을 개폐하라면 해야 하고, 하지 않으면 일을 주지 않거나 작업 순번을 끝으로 미룬다거나 출입을 못하게 하는 등 불이익을 받습니다. 이러한 불이익을 받을 것을 알기에 어쩔 수 없이 지시대로 컨테이너 문을 개폐하고 짐을 다 내린 후에는 컨테이너 내부 청소를 해야 합니다.
저희 아빠와 같은 사고는 아빠가 처음이 아니라 저희 아빠 사고 전에도 다른 곳에서 비슷한 사고가 몇 차례나 더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고가 빈번하게 생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위험을 무시하고 돈을 덜 쓰기 위해 화물노동자분들이 목숨을 걸고 본인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는 아빠 사고가 있었던 당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똑같은 위험한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갔고 작업을 재개해야한다며 사고현장을 훼손하였습니다. 부당한 사고를 만들고 사람을 죽인 *****는 본인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발뺌하며, 책임 전가만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살다가신 저희 아빠를 위해,
아직까지도 안전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고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며 일하시는 남은 화물운전기사분들을 위해,
더 이상은 어느 누구도 희생당하지 않게,
*****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위험한 작업환경을 개선할 수 있게 힘이 되어 주세요.
지금 바로잡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이러한 사고는 더 많이 생길 것이고 저희 아빠의 희생은 헛되게 될 것입니다. 저희 아빠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안전한 작업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게, 화물노동자분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안전의 권리가 지켜지는 환경에서 일하실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저희 아빠는 돌아가신 지 4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장례를 못 치르고 차가운 안치실에 계십니다.
*****가 이 사고에 대해 책임지고 진정한 사죄와 작업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세요. 많은 분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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