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동네책방] <23>문경 '로나의 거실'

입력 2021-06-07 11:37:36 수정 2021-08-11 17:28:43

문경읍행정복지센터 옆 건물 2층, 7월 11일까지 운영…산문집 많아
여행 좋아하는 주인 취향 따라…경험 담은 산문집 책장에 빼곡

문경시 문경읍에 있는 동네책방
문경시 문경읍에 있는 동네책방 '로나의 거실'. 김태진 기자

문경새재에서 차로 3분 거리인 문경읍행정복지센터 옆 2층 건물은 지난해부터 '달맞이 스페이스'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문경시가 지속 가능한 삶으로 꾸려가길 원하는 청년들을 위해 벌인 로컬 메이커 프로젝트 이름이 '달빛탐사대'인데 거기에 참여한 이들의 거점지역이다. 이 건물 2층에 책방 '로나의 거실'이 있다.

목요일에서 일요일까지 주 4회 문을 여는 '로나의 거실'은 지난해 10월 26일 문을 열었다. 300권에 가까운 책들과 드로잉 기구들이 여유를 뿜으며 오가는 손님들의 시선을 잡는다. 문경새재 방문객 중 일부가 책이 좋다며 이곳을 기어이 찾아내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방명록 주소가 전국 각지다.

책방을 차려놓은 이는 상주 출신의 이지나 씨다. 짐작대로 그의 영어 이름이 '로나'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사랑해 붙인 이름이라 했다. 코로나 시국에 오해를 받을 줄은 몰랐다고 부연했다.

경험과 느낌을 전하는 산문집이 많다. 그는 임경선 작가와 이석원 작가의 팬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임경선 작가의 '평범한 결혼생활'이 여섯 권이나 쌓여 있었다. 시골 동네책방에서는 무리가 아닌가 싶을 분량이었는데 알고보니 이미 네 권이 팔린 뒤였다.

산문집이 많은 건 그의 전력과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그는 여행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 3년간 크루즈여행 승무원, 7년간 카타르항공 승무원으로 일했다. 그는 "운항하며 볼 수 있는 영화도 하루이틀이었다. 우리말이 그리웠다. 책을 읽기 시작했었다"고 했다.

그는 웹툰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었다. 일본 만화가 마스다 미리의 작품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를 비롯한 그림에세이가 한 곳에 몰려있던 까닭이, 책방 한쪽에 따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색연필이 비치된 이유가 이해됐다.

문경시 문경읍에 있는 동네책방
문경시 문경읍에 있는 동네책방 '로나의 거실'. 김태진 기자

책방을 연 이유를 물으니 위시리스트 중 하나가 책방 운영이었다고 했다. 언제 열어도 열 것이었지만 지난해 기회가 닿은 것이었다고 했다. 특히 외항사 승무원이자 웹툰 작가로 알려진 이력을 높게 평가한 젊은이들의 상담 요청이 밀려들었다고 한다. 그들에게 위로가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꿈을 어떻게 찾아야할지 모르겠다.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털어놓는 이들이 많았다. 이런 고민들에 대한 답을 주고 그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뭔가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전하는 열정의 근원은 '살아있음'이었다. 나빠져봤자 실패밖에 더 하겠느냐는 마음가짐이었다. 그는 "살아있지 않나. 그럼 기회는 또 있다. 일상에 감사하며 자신의 길을 가면 된다"고 했다.

'로나의 거실'은 문경에서 영업을 7월 11일까지 마무리한다고 했다. 이 씨는 "이후부터는 상주 함창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명주정원에서 서재 큐레이션을 맡을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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