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할 새도 없이 제가 대기업에 취직한 후 홀연히 떠나셨지요
홀로 계신 어머니 위해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짓고 있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나의 아버지!
어린 시절, 전 아버지가 참으로 무서웠습니다. 전형적인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로서 늘 과묵했던 아버지의 평소 모습이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사춘기 시절에는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는 생각까지 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고등학교 다니던 어느 날 만취가 되어서 들어오신 아버지께서 해주셨던 "난 지금까지 단 한 푼의 뇌물을 주지도 받지도 않았다. 그것이 나의 유일한 자랑이다"라는 말씀을 들으며 아버지의 삶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가정에서는 무뚝뚝했지만, 30년 넘게 몸담아오신 공무원 조직에서는 인자하고 직원들에게 인정받는 훌륭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때서야 알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저도 아버지처럼 훌륭한 공무원이 되어 나라와 지역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 되겠다 다짐하며 행정학과에 진학해 행정고시도 준비했었습니다. 저의 노력과 실력부족으로 공무원이 되지는 못했지만, 이름있는 대기업에 입사해 이제는 효도하는 아들이 되겠다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다짐을 실천에 옮길 새도 없이 제가 취직한 지 1년 만에 아버지께서는 하늘나라로 떠나셨습니다. 마치 아들이 취업과 결혼을 했으니 이제는 떠나도 되겠다 마음먹으신 것처럼 홀연히 떠나신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 아버지에게 사랑한다는 말 제대로 전하지 못한 것이 지금도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이 글을 쓰려고 돌이켜보니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 햇수로 벌써 6년이나 되었네요.
그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성공한 삶을 살기 위해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 직장생활을 하던 저는 홀로 계신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지 5년이 되었고, 할아버지 때부터 지어온 사과와 청도 반시를 3대째 가업을 이어 농사짓는 청년 농부가 되어 땅과 고향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4살, 2살된 두 딸도 태어나서 집안의 웃음꽃을 피워주고 있습니다. 귀엽고 예쁜 아버지의 손녀들을 직접 보여드리지 못해서 아쉽다는 생각을 늘 한답니다.
집안 대대로 살아온 고향 청도에서 3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하시며 지역의 발전과 주민을 위해 노력해오신 아버지의 삶에 대해 고향에 돌아와 사는 요즈음에 더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좁은 지역사회라 더 그러하겠지만 어느 곳에서든 아버지 생전의 모습에 관해 이야기해주시는 지인과 직장 동료분들을 만나고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많은 격려와 조언을 듣고 있습니다.
저 또한 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서 그러하셨듯 지역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농업 이외에 '청도군 신활력플러스사업 추진단' 의 사무국장직을 맡아서 주민주도로 청도지역 활성화 사업의 실무를 보고 있습니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해 인구소멸의 위기를 겪고 있는 청도를 다시 활력 있고 지속가능한 지역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청년들을 중심으로 지역주민 스스로가 행동하고 있으니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마지막으로, 무뚝뚝하시던 아버지께서 거나하게 취해서 들어오시는 날에 자주 부르시던 노래가 요즘 자주 생각납니다. '이 세상에 부모 마음 다 같은 마음~ 아들딸이 잘 되라고 행복하라고' 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아빠의 청춘'이라는 노래가 이제는 제 애창곡이 되었습니다. 하늘나라에서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아버지께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원더풀! 원더풀! 아빠의 청춘!~브라보! 브라보! 아빠의 인생. 아버지! 사랑합니다. 아버지 보고 싶습니다.
큰아들 종명 드림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매일신문이 유명을 달리하신 지역 사회의 가족들을 위한 추모관 [그립습니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귀중한 사연을 전하실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신청서를 작성하시거나 연락처로 담당 기자에게 연락주시면 됩니다.
▷추모관 연재물 페이지 : http://naver.me/5Hvc7n3P
▷이메일: tong@imaeil.com
▷사연 신청 주소: http://a.imaeil.com/ev3/Thememory/longletter.html
▷전화: 053-251-1580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