女부사관 `하지 마세요` 절규 담긴 블랙박스…확보하고도 무시한 공군

성추행 피해를 당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부사관 사건과 관련해 군 경찰이 사건 직후 피해 정황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 음성을 확보했음에도 조치하지 않는 등 부실 대응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2일 TV조선에 따르면 군사경찰은 초기 수사 과정에서 지난 3월 충남 서산의 공군 20전투비행단 술자리가 끝난 뒤 피해자 이모 중사와 가해자 장모 중사의 음성이 담긴 차량 내 블랙박스 파일을 확보했다.

블랙박스에는 이 중사가 "하지 말아 달라. 앞으로 저를 어떻게 보려고 이러느냐"며 피해 상황 당시 절박한 목소리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파일은 피해자 측이 직접 군사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사의 변호인은 TV조선에 "피해 신고 이후 해당 부대 군사경찰은 곧바로 차량 블랙박스를 확보했다"고 했다.

군사경찰은 성추행 정황이 담긴 블랙박스 음성 증거를 확보하고도 이 중사가 청원휴가를 떠난 두 달 동안 장 중사를 불구속 상태로 수사했다.

이후 이 중사가 지난달 22일 숨진 채 발견되면서, 군 당국의 부실 대응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유족 측은 즉각적인 가해자·피해자 분리 조치 등이 이뤄지지 않았고, 부대 내부의 조직적인 회유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이 중사 아버지는 "1차적으로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 구속수사고 가해자 처벌, 2차 3차 가해자 처벌을 원한다"고 말했다.

군 검찰단은 사건 석달만인 지난 2일에서야 장 중사를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같은 날 늦은밤 구속됐다. 가해자인 장 중사는 첫 조사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차량 안에 함께 있었던 두 사람 외에 유일한 목격자인 운전을 하던 후배 부사관(하사)도 군사경찰 조사에서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공군은 이 중사가 숨진 채 발견된 후 국방부 조사본부에 이 사실을 보고하면서 사건을 단순 변사로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입은 사실과 가해자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점 등에 대해서는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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