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가 탈원전 해놓고 그 손실 왜 국민에게 떠넘기나

입력 2021-06-03 05:00:00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발생한 손실을 국민이 낸 전기요금으로 메꾸게 됐다. 조기 폐쇄됐거나 백지화된 원전사업 비용을 전기요금으로 보전해 주는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개정 시행령은 원자력발전 감축을 위해 발전사업 또는 전원개발사업을 중단한 사업자에 대해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비용을 보전할 수 있도록 했다. 전력기금은 국민이 낸 전기요금의 3.7%를 법정부담금으로 부과해 적립하고 있다. 국민 세금이나 다름없다. 해마다 2조 원가량 걷히며 여유 재원은 4조 원이다. 전력기금은 전력산업의 지속적 발전과 전력산업 기반 조성에 필요한 재원 확보 차원에서 조성했는데 엉뚱하게도 탈원전 손실을 메꾸는 데 쓰이게 됐다. 고용보험기금 10조 원 등 앞선 정부가 모아 놓은 기금들을 거의 모조리 바닥내더니 이젠 전력기금까지 손을 대고 있다.

탈원전에 따른 비용 부담은 누군가 떠안아야 할 짐이었는데 결국 국민이 지게 됐다. 정부는 탈원전과 관련, "국민에게 부담 지울 일은 없다"고 했지만 거짓으로 드러났다. 전력기금 전용 조치로 정부 주장이 눈속임이었음이 탄로 난 것이다. 전력기금으로 메꿔야 할 탈원전 손실은 막대하다. 조기 폐쇄된 경주 월성 1호기 5천652억 원, 사업이 보류된 울진 신한울 3·4호기 7천790억 원, 사업이 중단된 영덕 천지 1·2호기 979억 원, 삼척 대진 1·2호기 34억 원 등 최소 1조4천455억 원으로 추정된다. 월성 1호기는 7천억 원을 들여 개보수했다가 조기 폐쇄해 수천억 원의 세금을 날렸는데 다시 전기요금으로 메꾸게 됐다.

국민에게 '탈원전 청구서'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탈원전 청구서가 계속 날아온다는 것이다. 한수원뿐 아니라 한국전력과 기업, 연구기관 등의 손실까지 고려하면 전력기금으로 보전해야 할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전기요금 인상 등 국민 부담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탈원전은 정부가 해놓고 그 손실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데 대한 정치적·법률적·재정적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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