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부사관 유족 "성추행 가해자, 딸에게 '꺼져'라 하고 성과물 뺏고…"

입력 2021-06-02 09:04:22 수정 2021-06-02 09:14:23

성추행뿐 아니라 지속적 괴롭힘
"딸의 억울한 죽음 밝혀달라" 국민청원, 동의 28만명 육박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의무사령부 장례식장 접견실에서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의 유가족을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의무사령부 장례식장 접견실에서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의 유가족을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대 내 성추행 피해 신고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의 유족이 가해자로부터 일상적인 괴롭힘이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저녁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유족은 성추행 피해 신고 후 2차 가해로 인해 겪은 고통을 호소했다.

A중사의 어머니는 "딸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싶다는 암시를 했다"며 "그러더니 그냥 있으면 안 될 거 같다면서 직접 자살방지센터에도 연락을 하고 상담관에게 장문의 메일을 써서 보내는 등 자기 나름대로 살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아이였다"고 했다.

이어 "내게 '엄마, 만약 잘못되면 가해자, 나를 힘들게 만든 사람을 그냥 안 놔두겠다'고 한 뒤 나를 안심시키려고 자살은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 말만 믿었다"며 "앞의 얘기를 더 깊게 헤아려줬어야 했는데 못했다"고 털어놨다.

또 성추행 외에도 가해자로부터 괴롭힘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어머니는 "가해자가 자기(A중사)가 지나가면 '꺼져'라고 하고 자기가 열심히 일을 하면 (성과물을) 빼앗아가서 자기가 한 듯이 상부에 보고했다고 말했다"며 "엄마인 저는 사회생활하니 그런 사람있더라, 견디자고만 말했는데 세상살이가, 사회생활이 그렇다고 말한 못난 엄마"라고 한탄했다.

한편 A중사의 유족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일 오전 9시 기준 28만명에 육박하는 동의를 얻었다. 지난 1일 시작된 이 청원에서 유족들은 "부대 내 성폭력 사건과 이로 인한 조직내 은폐, 회유, 압박 등으로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딸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달라"고 했다.

이날 서욱 국방부 장관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오후 7시부로 해당 사건을 공군에서 국방부 검찰단으로 이관해 수사할 것을 지시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충남 서산 소재 공군부대 소속 A중사는 부대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올 3월 선임인 B중사에 의해 억지로 저녁 회식에 불려나간 뒤 숙소로 돌아오는 차량 뒷자리에서 강제추행을 당한 A중사는 피해사실을 상관에게 신고했었다.

하지만 즉각적인 가해·피해자 분리 조치 대신 부대 상관들의 조직적 회유가 이뤄졌으며, 같은 군인이던 A중사의 남자친구에게까지 연락해 설득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A중사가 두 달여의 청원휴가 기간 동안 부대 성고충 상담관 등에서 심리상담을 받으며 이메일과 문자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8일 청원 휴가를 마친 A 중사는 전속한 15특수임무행단으로 출근했지만,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고 발견 하루 전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마쳐 안타까움을 더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