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에 성추행 당한 공군 부사관…혼인신고 날 극단적 선택

입력 2021-06-01 07:34:52 수정 2021-06-14 17:44:23

억지 술자리 끝난 뒤 차량에서 성추행…유족 측 "중요 부위·가슴 만지고 혀 들어와"
"상관에 신고했지만 남자친구까지 회유"
극단적 선택 장면 휴대전화로 녹화…공군 "엄정 수사 후 조치"

선임 부사관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신고를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이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해 군 당국이 수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MBC 보도화면 캡처
선임 부사관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신고를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이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해 군 당국이 수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MBC 보도화면 캡처

선임 부사관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신고를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이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해 군 당국이 수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극단적 선택을 한 당일 같은 군인이던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31일 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충남 서산에 있는 공군 모 부대 소속 A 중사는 지난 3월초 선임인 B 중사로부터 차량 뒷자리에서 강제추행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코로나19 상황으로 음주 및 회식 금지령이 내려진 상황이었지만, A 중사는 '반드시 참석하라'는 B 중사 압박에 못 이겨 다른 부대원들과 함께 저녁 자리에 갔다가 귀가하는 차량 안에서 추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안에는 두 사람과 운전하던 후임 부사관만 있었다.

MBC는 A 중사 유족 인터뷰를 통해 당시 성추행이 상당한 수준이었음을 전했다. A 중사의 어머니는 "그냥 만지는 게 아니라 중요 부위도 만지고, 가슴도 만지고, 혀까지 들어오는 그런 행동들을 계속 한 거다. 너무 부끄럽고 치욕스럽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에 A 중사는 자리를 피했고 다음 날 유선으로 상관에게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이틀 뒤 두달여간 청원휴가를 갔고 자발적으로 부대 전출 요청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족 측이 A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달라며 국민청원을 올렸다.
유족 측이 A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달라며 국민청원을 올렸다.

유족 측은 이날 MBC와 인터뷰에서 신고 직후 즉각적인 조사 대신 부대 상관들의 조직적 회유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직속 상관이 상부 보고 대신 저녁을 먹자며 회유를 한 것은 물론, 방역지침을 어긴 동료 군인들을 생각해달라는 이유로 회유를 한 상관도 있었다는 것.

더욱이 같은 군인인 A씨의 남자친구에게까지 연락해 설득해달라고 했다고 유족들은 주장했다.

청원휴가가 끝난 뒤인 A 중사는 지난 18일 부대를 옮겼지만, 나흘 만인 22일 오전 부대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특히 발견 하루 전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마친 상태였다.

A 중사는 자신의 '마지막' 모습도 휴대전화로 남겼다고 MBC는 전했다. 휴대전화에서는 '나의 몸이 더렵혀졌다', '모두 가해자 때문이다' 등의 메모도 발견됐다.

유족들은 장례까지 미룬 채 군 당국의 조직적 은폐 및 회유에 대해 엄정 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랑하는 제 딸 공군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원글을 올리기도 했다.

공군 측은 "현재 강제 추행건에 대해서는 군 검찰에서, 사망 사건 및 2차 가해에 대해서는 군사경찰이 수사 중"이라며 "철저하고 엄정하게 수사해서 명명백백하게 밝혀 법과 규정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