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비린내 나는 정치 소년들." 1969 ~70년 김영삼 김대중 등 신민당 소속 젊은 국회의원들이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자 당시 당 원로들이 혀를 차며 했던 말이다. 김영삼과 김대중의 당시 나이는 각각 42세, 45세. 원로들 생각과 달리 민심은 '40대 기수론'에 환호했다. 결국, DJ가 YS를 꺾고 신민당 대통령 후보가 됐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40대 기수론 뺨치는 정치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 이준석 돌풍이다. 1985년생이니 약관 36세인 그가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다. 진보 진영도 못 해낸 일이다.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이번 당 대표 경선으로 컨벤션 효과는 기본이고 꼰대·수구 정당 이미지를 벗어날 천금의 기회마저 잡았다. 결과에 관계없이 남는 장사다.
이준석 효과를 지켜보는 더불어민주당의 속내는 착잡함 반, 두려움 반일 터이다. 요즘 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더 꼰대스러운 정치 집단으로 비치고 있다. 민주당이 자체 조사한 자당 이미지도 '독단·무능·입만 살아 있는 40, 50대 남성'이다. 어떤 면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더 경직돼 있다. 쓴소리를 하면 강성 친문에 의해 콩가루처럼 까인다. 30대 기수론이 싹틀 수 없는 토양이다.
이준석은 말솜씨는 보여줬지만 실력을 검증받지는 못했다. 국민의힘 사령탑이 돼 차기 대선 정국을 잘 치러낼지, 당을 말아먹을지 예단키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이준석에 베팅했다. 이준석 현상은 국민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정권교체 및 세대교체에 대한 국민적 열망의 길목에 마침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이 있었다.
시선을 대구경북으로 돌려보자. 이준석 현상은 대구경북에도 '변화'라는 키워드를 던진다. 대구경북 사람들은 안정 지향적이고 보수 성향이 강하다. 코앞의 이익보다 대의와 명분을 중히 여긴다. 그 결과 대구경북은 보수 성향 정치 세력의 본산(本山)이 됐다. 하지만 지역 발전과 정치공학 면에서 여·야 모두에게 푸대접받고 있다. 수십 년에 걸친 묻지 마 투표 결과 보수 정당에는 집토끼, 진보 정당에는 남의 토끼 신세가 된 탓이다.
게다가 자기 정치 못 하는 정치인들이 너무 많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초선 의원들이 최고위원에 대거 도전하는 정치적 기류 변화 속에서도 TK 금배지들의 도전 정신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중앙당과 각을 세우면서까지 지역 민의를 대변할 금배지가 없으니 지역 현안이 풀릴 리 없다. 부산이 여·야로부터 가덕도공항이라는 선물 보따리를 받는 동안 대구경북은 통합신공항특별법 하나조차 챙기지 못했다.
깃대만 꽂으면 당선시켜 준 결과이니 남 탓 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제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경쟁력 있는 인물이라면 소속 정당, 나이와 상관없이 뽑아줘서 진정한 권력이 유권자들에게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요즘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은 하나같이 대구경북 표를 애걸하고 있다. 간 쓸개 다 빼줄 듯 립 서비스를 하지만 늘 그렇듯 아쉬운 시간이 지나면 다시 외면할 것이다.
세상도, 정치도 변한다. 유권자 열망에 유기체처럼 반응하고 해답을 제시하는 정치인만이 큰일을 할 수 있다. 정치판을 뒤집는 것도, 정치인을 조련하는 것도 유권자들 몫이다. 늦게 발동이 걸리지만 임계점이 지나 시동이 걸리면 그 어느 곳보다 급격한 힘을 발휘하는 곳이 대구경북 아니던가. 전략적으로 현명해지기. 그것이 이준석 현상이 대구경북에 던지는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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