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마을에 이장(통장) 할 사람이 없다는 얘기를 미디어를 통해 가끔 접한다. 이장을 맡은 70, 80대 어르신이 TV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등장할 때도 있다.
도시 생활을 마무리한 뒤 낙향하거나 귀농해 이장 하는 모습을 꿈꾸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나름 고향이나 농촌에서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런데 현실은 이장 하는 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도시의 통장도 마찬가지이다. '봉사' 운운은 두메산골에서나 있을 법한 순진한 생각이다.
60대 중반의 경산시 한 농촌 마을 이장은 지난 6년 동안 맡은 동네 살림살이를 올해 마무리한다고 했다. 더 하고 싶지만, 눈치를 주거나 노골적으로 내놓으라는 주민들이 있어 그만둔다는 것이다.
이 마을처럼 농촌의 이장 자리는 그럴싸한 벼슬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농촌 지원 정책 등을 군이나 면의 회의 참석을 통해 알게 되고 농기계 등을 구매할 때도 덕을 볼 때가 많다. 마을의 정보통이기에 농지를 매입하거나 귀농을 문의하는 외지인들로부터도 대접을 받는다.
대구시의 통장도 마찬가지이다. 아파트 담장에 통장을 모집한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기에 동사무소 격인 행정복지센터에 한 번 물어봤다. 통장 후보가 없을 것이라는 전제 속에서다. 그런데 모집 기간이 며칠 남았는데도 이미 원서를 낸 후보가 여럿이었다. 경쟁이 치열하지는 않지만 하겠다는 사람이 꽤 있다고 했다.
얼마 전 치러진 대구시 이장·통장연합회 회장 선거가 후유증을 앓고 있다. 대구 8개 구·군을 대표하는 회장들이 대구시 회장을 뽑았는데, 한 후보자가 '돈 선거'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 지역 이장과 통장 3천600여 명을 회원으로 둔 대구시 이장·통장연합회는 지난 2005년 출범해 그 나름 입김 센 단체로 떠올랐다. 2019년 5월에는 회원 2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회 대구시 이장·통장 화합 한마당'을 개최해 힘을 과시했다.
구·군 연합회 회장만 해도 지자체장과 지역 국회의원들로부터 특별 관리를 받는다. 지자체장이나 국회의원에게 전화하면 바로 받을 정도라는 것이다. 경상남도지사를 역임한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고향인 경남 남해군 고현면 이어리의 이장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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