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아한 목탁의 소리를 마음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목탁공예사 안종식 씨

입력 2021-05-30 14:49:42 수정 2021-05-30 19:00:31

28일 경북 영천 언하동
28일 경북 영천 언하동 '영천목탁공예사' 전시장에서 안종식 씨 가족이 목탁을 들고 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청아한 소리가 울려 퍼지도록 소중하게 목탁을 만들고 있습니다."

28일 오후 경북 영천 언하동 마을로 들어서자 '영천목탁공예사'라는 페인트 칠된 담벼락이 눈에 띄었다. 함께 표시된 화살표를 따라 골목길로 들어가자 '윙~'하며 나무를 깎는 목선반 돌아가는 소리와 청아한 목탁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곳에는 3대째 불교 공예와 목공예를 이어가고 있는 안종식(64) 씨 가족이 살고 있다. 안 씨는 목공예를 하시던 아버지의 명맥을 잇기 위해 50년간 나무를 연구하고 가공하고 있다. 그의 부인 김경옥(68) 씨도 그를 돕고 있다. 아들 안진석 (36) 씨도 가업을 이어받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목선반 앞에 섰다.

안종식 씨는 대목(大木)인 아버지께서 사찰 관련 일을 하시던 중 불의의 사고를 당해 일찍 돌아가시면서 극심한 생활고를 겪게 됐다. 이후 14살부터 목선반공장에 들어가 일을 하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어깨너머로 배운 기술이 직장생활에서 빛을 발했다. 그는 방직공장에 들어가는 나무부터 야구 배트, 망치 자루, 팽이, 목탁 등 나무로 안 깎아 본 물품이 없을 정도다. 특히 불교 신자인 그는 목탁의 청아한 소리에 반해 전국을 다니며 기술을 연마해왔다.

그러던 중 목탁 제작의 대가인 해인사 의산 스님에게 기술을 배웠다. 이를 바탕으로 1980년대 초반부터는 그만의 목탁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대구에서 고향 지명을 딴 '충북 공예'를 운영하다가 지역개발로 인해 1992년 이곳에 터를 잡게 됐다. 50년 동안 목탁을 제작하고 있는 데다, 목탁 입 부분을 사람의 입술처럼 튀어나오게 만들어 갈라지지 않고 소리를 더욱더 청아하게 만든 그만의 제작방식으로 실용신안을 받아 최고의 목탁 제작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0년에는 경상북도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8일 안종식 씨가 자신의 작업장에서 목탁 속파기 작업을 하고 있다. 속파기 작업은 목탁의 양쪽 큰구멍으로 공구를 집어넣어 속은 보지 않은 채 손끝의 감각만으로 내부를 파내는 작업으로 10년 이상의 숙련자들만이 가능하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28일 안종식 씨가 자신의 작업장에서 목탁 속파기 작업을 하고 있다. 속파기 작업은 목탁의 양쪽 큰구멍으로 공구를 집어넣어 속은 보지 않은 채 손끝의 감각만으로 내부를 파내는 작업으로 10년 이상의 숙련자들만이 가능하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오랫동안 목탁을 제작해 온 그에게도 어려움은 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나무의 속은 모르기 때문이다. 살구나무를 구입하고 2년간 상하지 않도록 건조를 시킨 뒤 자른다. 이후 가마솥에 나무를 24시간 찐 뒤 1차 목선반 작업에 들어간다. 이후 중간 마감을 한 뒤 1~2년 정도 더 말린다. 이후 사포 작업 후 소리를 평가한다. 오랫동안 공을 들였지만, 소리가 좋지 않거나, 벌레가 속을 먹어 손상된 나무라면 가차 없이 땔깜으로 밀려난다. 또한 최상급이 아니라면 연습용 목탁으로 사용한다. 목탁만을 위해 살아 온 그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의 아들 안진석 씨도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곁에서 목탁을 만들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일을 도와 오던 그는 전통 기술을 계승한다는 자부심을 느껴 이 일을 즐기고 있다. 노력할수록 완성도가 높아져 가는 목탁 제작에 매력도 크다. 그는 목공예를 발전시키기 위해 나전칠기도 배우고 있다. 수익보다 제품의 완성도와 인내심이 가장 우선돼야한다는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최선을 다하고 있다. 불교 공예와 작품연구를 통해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특히 그는 목공예와 관련된 문화재 수리 등의 일도 꾸준히 배우며 해나갈 예정이다.

안종식 씨는 혼자만의 작업이지만 함께 하는 가족이 있어 행복하다. 그는 "대중적이지 않은 작업이다 보니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곳이 많지 않으며 오랫동안 이어가기도 어렵다"면서 "전통을 이어나가는 전국의 제작자들이 오랫동안 일을 놓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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