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검사 "인사적체? 말 안 듣는 고검장 쫓아내려 하나"

입력 2021-05-28 19:40:52 수정 2021-05-28 21:54:14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반년 만에 재개된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검찰 내 '인사적체'를 거론하며 대규모 인사 이동을 시사하자 현직 부장검사가 "도대체 무슨 인사적체가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희도 청주지검 형사1부 부장검사(55·사법연수원 31기)는 28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찰인사위원회 심의 결과 관련 설명을 요청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인사를 담당하시는 법무부 책임자에게 설명을 요청한다. '고호봉 기수의 인사적체'가 무슨 의미인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우선 정 부장검사는 전날 진행된 검찰인사위원회와 관련해 '고호봉 기수의 인사 적체 등과 관련해 대검 검사급 인사 시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 범위에 관한 규정 내에서 탄력적 인사를 하는 방안 등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는 내용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그는 "해당 문구의 의미를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며 "여러 언론보도를 보니 고검장을 검사장급으로 보직발령이 가능하도록 하는 논의가 있었고, 결국 사표를 내지 않는 고검장을 고검 차장,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으로 발령내는 방안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정 부장검사는 "지금 검사장으로 계신 사법연수원 24~28기들이 검사장으로 보임된 지 1~3년 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인사적체가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일선에서 근무하고 있는 대부분의 검사는 오히려 검찰 지휘부가 너무 연소화되고 있다고 걱정한다"고 했다.

정 부장검사는 "예전에는 부장급 검사 4~7회, 차장급 검사 2~3회를 하고 나서야 검사장에 보임되던 것에 비해 이번 인사에서는 지난 인사에서 기수 중 소수 인원만이 차장검사로 갓 승진한 사법연수원 30기까지 검사장에 보임될 것이라고 알려지는 등 너무 빠른 '초고속 승진'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주장했다.

특히 그는 "일선의 많은 검사가 말을 듣지 않고 사표도 내지 않는 고검장들을 쫓아내기 위해 검찰총장이 임명되기도 전에 검찰인사위원회를 소집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인사위원회에서 실제 '고검장을 고검차장,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내는 방안'을 논의한 것이 사실인지, 만약 사실이라면 그러한 방안을 인사위원회 안건으로 올리게 된 경위가 무엇인지 법무부 책임자의 상세하고 진정성 있는 설명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전날 박 장관은 검찰 고위 간부 승진·전보 인사와 관련해 "인사 적체가 있다"며 "특히 보직제와 관련해 여러 어려움들이 있어 전반적인 점검·검토를 해야할 때가 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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