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만큼이나 지지와 비판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대통령도 드물 것이다. 지지 진영은 조선 세종에 비유하며 추앙하는 반면 비판 진영은 지면에 옮기기조차 곤란한 단어들을 써가며 공격한다.
문 대통령을 지칭하는 달(月)을 사용한 표현에서도 지지·비판 진영 간 극단적이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베토벤의 '월광소나타'를 연주하는 영상을 올리며 문 대통령에 대한 찬사를 늘어놨던 사람이 청와대 대변인이 됐다. "월광소나타, moonlight, 달빛소나타가 문 대통령의 성정을 닮았다"고 했는데 '문재인판 월인천강지곡'이라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팬클럽 이름은 '달빛기사단'이다.
경제를 비롯해 문 대통령이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자주 한 탓에 비판 진영에서는 '달나라 대통령'이란 별호를 안겨줬다. 한 야당 인사는 문 대통령을 겨냥해 '달님은 영창으로'라는 현수막을 내걸어 논란을 빚었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달빛○○단'이란 말도 있다.
달과 '인연'이 많은 문 대통령에게 백제 의자왕에 얽힌 달 얘기를 전해주고 싶다. 백제 멸망을 한 달 앞둔 660년 부여 사비 궁궐 구덩이에서 출현한 거북이 등껍질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백제는 둥근달 같고 신라는 초승달 같다'(百濟同月輪 新羅如月新)는 글귀였다. 의자왕은 '달이 둥글다는 것은 가득 찼다는 것이니 이제 곧 기울 때가 되었다는 뜻이고, 초승달은 아직 차지 않았으니 머지않아 보름달이 된다는 뜻'이라며 "곧 백제가 신라에 의해 망한다"고 해석한 무당을 죽여버렸다.
의자왕이 글귀를 보고 정신을 차려 국정에 힘을 썼다면 백제가 허무하게 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늘이 마지막으로 보내준 경고를 무시한 탓에 나라는 망하고, 자신은 당으로 끌려가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문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아첨하는 말보다는 쓴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권력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도 깨달아야 한다. 의자왕은 '백제는 영원히 만월과 같을 것이고, 신라는 초승달에 머물 것'이라는 아첨하는 말에 넘어가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의자왕의 길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 쓴소리를 흘려듣고, 아첨하는 말에 넘어간 국가 지도자가 비극적인 말로를 맞았다는 사실을 문 대통령이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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