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장기실종아동 27명, 부모 '애타는 기다림…'

입력 2021-05-24 18:01:19 수정 2021-05-25 19:31:08

25일 '실종아동의 날' 맞아 더 슬픈 부모들…30~40년 전 증거자료 태부족
가족 상봉 필수 요소는 DNA…해외서 데이터 대조 가능해야
지난 3년 평균 대구 실종아동 수는 830명, 대부분 부모 찾아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가 경찰청, 한진택배, 제일기획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가 경찰청, 한진택배, 제일기획과 '세계 실종 아동의 날'(5월 25일)을 맞아 장기 실종아동찾기 캠페인 '호프 테이프(Hope Tape)'를 벌인다고 24일 밝혔다. 우정사업본부는 택배 상자에 부착하는 밀봉용 테이프에 실종 아동의 정보를 담아 실종 아동을 찾는 데 도움을 주고자 캠페인을 기획했다. [우정사업본부 제공.] 연합뉴스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습니다. 내가 죽기 전에 꼭 한번 봤으면…"

유보화(61) 씨는 지난 1983년 9월 1일 달성공원 뒤편에서 딸 최정아(당시 3세) 씨를 잃어버렸다. 그날 딸 아이는 주택 대문 밖 담장에 기대어 옆집 이웃의 싸움을 구경하고 있었다. 유 씨는 막내 최종욱(당시 1세) 씨를 돌보느라 잠깐 한 눈을 팔았고 그 사이 정아 씨는 없어졌다. 닫힌 대문에 깜짝 놀라 밖으로 뛰어갔지만 딸은 어느 곳에도 없었다.

유 씨는 10년 간 딸을 찾으러 다녔다. 대구의 온 보육원은 물론 동네 푸세식 화장실도 모조리 뒤졌다. 용하다는 점집도 찾아다녔고 유전자 등록도 했지만 40년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25일 실종아동의 날을 맞이해 아이를 잃어버린 가족들의 애가 타고 있다. 특히 장기실종아동은 증거 자료도 부족해 찾기가 더 어려워지면서 가족들은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24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대구에서 발생한 실종아동 건수는 2018년 948명, 2019년 860명, 2020년 692명으로 미발견 아동 1명을 제외하고 모두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요즘은 아이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잘 없고 지문 등록이 돼 있어 금방 발견된다고 경찰 등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문제는 대구에서 없어진 장기실종아동(실종된 지 1년 이상인 경우) 27명은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경찰청 장기실종수사팀은 실종 당시 옷차림과 보육원 전수조사, 해외입양 정황 등을 통해 장기실종아동 수사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장기실종아동 절반 이상이 30~40년 전에 잃어버린 경우가 대다수라 증거자료 확보가 쉽지 않다. 게다가 당시 입양 시스템이 체계적이지 않았던 터라 보호시설에서 아이의 이름을 쉽게 바꾸는 등의 주먹구구식으로 입양을 보낸 경우가 많아 실종가족 상봉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가족을 찾는 확실한 방법은 DNA 등록이지만 이를 아직 모르거나 죄책감 등의 이유로 검사에 거부감을 표하는 부모들도 적잖다.

김유경 해외입양인의 뿌리찾기를 돕는 한국 여성과 미국 여성 입양인들의 모임 '배냇' 대표는 "1981년 대구에서 길을 잃은 아이가 시설에 맡겨진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이름이 바뀐 채로 미군부부에게 입양이 됐다. 부모는 그것도 모르고 국내에서만 40년 가까이 아이를 찾았다"며 "실종 가족 상봉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DNA 등록이지만 부모와 자녀 모두 등록을 하지 않으면 사실상 찾기는 힘들다. DNA검사 결과를 해외로까지 확장해 데이터를 대조할 수 있는 제도적인 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했다.

실종가족들은 지속적인 수사를 위해 경찰의 전담인력 확충과 실종아동 찾기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는 "경찰에 실종수사팀이 있지만 가정폭력, 아동학대와 함께 다루다보니 실종 수사를 하는 인력은 한 두 명뿐이다"며 "증거나 단서를 찾을 수 있는 건 지속적인 수사에서 나온다. 실종 지역에서 많은 시민이 제보를 해줄 수 있게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예산 확보 등 국가 책임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기실종아동을 찾습니다

1983년 9월 1일에 실종된 최정아(당시 3세·맨 왼쪽) 씨 가족사진. 독자 제공
1983년 9월 1일에 실종된 최정아(당시 3세·맨 왼쪽) 씨 가족사진. 독자 제공
최정아(당시 3세) 씨 사진. 독자제공
최정아(당시 3세) 씨 사진. 독자제공

유보화(61‧현재 나이) 씨의 딸 최정아(당시 3세) 씨는 지난 1983년 9월 1일 오전 11시쯤 대구 중구 달성공원 뒤편 가정 앞에서 사라졌습니다. 정아 씨는 머리를 양갈래로 묶은 채 빨간 슬리퍼에 흰색 속옷을 입고 집 대문 앞 담장에 서 있었습니다. 정아 씨는 머리카락의 끝만 곱슬머리인 특징이 있습니다. 당시 또래보다도 키와 덩치가 큰 편이었습니다. 실종 당시 몸무게는 16kg였습니다. 성격은 누군가가 먹을 것을 주면 잘 따라다닐 정도로 굉장히 순한 아이였다고 합니다.

당시 정아 씨가 살았던 집은 단층 주택에 세 가구가 세를 들어 살던 구조입니다. 주인집 할머니는 만두를 직접 만들어서 팔았고 엄마 보화 씨는 종종 할머니의 만두 작업을 도와줬습니다. 그럴 때마다 정아 씨도 옆에 앉아 놀았습니다.

정아 씨의 아버지 성함은 최왕교(66‧현재 나이), 남동생 이름은 최종욱(40‧현재 나이)입니다. 당시 정아 씨는 가족 이름을 말로 할 수 있을 정도의 언어 수준을 가졌습니다.

정아 씨 사연과 비슷한 분을 알고 계신 분은 대구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053-804-7046) 혹은 매일신문사(053-255-5001)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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