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여중생 집단폭행' 소년범 공조 매뉴얼 있었다면…

입력 2021-05-24 17:33:45 수정 2021-05-24 22:16:59

막을 수 있었던 폭행 사건…사건 35일 전 주동자 여중생 '구인장' 받고 하세월
보호관찰소-경찰 정보 미공유…범행 재발 방지 골든타임 놓쳐

지난 7일 포항에서 또래에 집단 폭행당한 여중생 A양이 대구 대형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양 가족 제공.
지난 7일 포항에서 또래에 집단 폭행당한 여중생 A양이 대구 대형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양 가족 제공.

미성년자 사건을 다루는 사법기관들 간 공조 부재가 '경북 포항 여중생 집단폭행·조건만남 강요 사건'(매일신문 21일 자 8면 등)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24일 포항준법지원센터(포항보호관찰소)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포항 북구 영일대해수욕장 한 상가 옥상에서 여중생 A양 집단폭행 사건이 발생할 당시 사건 주동자인 또래 B양은 보호관찰법 위반으로 전국에 수배가 내려진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보호관찰소는 법원 소년부 재판에서 보호관찰 명령을 받은 B양이 2~3개월 동안 출석일수를 채우지 않자 구인장을 신청했고, 폭행 사건이 발생하기 35일 전인 지난달 2일 법원으로부터 이를 발부받았다. 소년범 구인장의 경우 반드시 필요한 사안에 국한돼 발부된다는 점을 미뤄 중대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보호관찰소는 고작 2명에 불과한 소년담당 직원만으로 꼭꼭 숨은 B양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는 사이 B양을 중심으로 한 여중생들과 남성들은 A양에게 조건만남을 강요했고, 말을 듣지 않자 무참히 폭행했다.

경찰이 B양의 수배 사실을 확인한 것은 집단폭행 사건 직후였다. 포항북부경찰서가 수사 전 가해자들의 범죄경력을 조회했는데, 여기서 확인된 것이다. 경찰은 곧 B양 추적에 나섰고, 사건 이틀 만에 포항 남구에서 B양을 붙잡았다.

때문에 B양의 수배 사실이 보다 빨리 경찰과 공유됐다면 A양이 지난달 28일 조건만남 강요를 당하는 일도, 포항남부경찰서가 지난달 초 B양을 우범소년으로 송치하기 위해 헛힘을 쓸 일도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관련 매뉴얼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들 기관은 각종 범죄 등에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면서도 소년범 대처 방법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특히 소년범 사건의 경우 대체로 소극적인 결정이 내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찰·보호관찰소 관계자는 "요즘 청소년들이 마음먹고 숨으면 찾기가 매우 어렵다. 현행범이 아니면 사건이 발생해도 곧바로 체포할 수 없다"며 "소년범죄에 적극 대처하려면 기관간 공조가 필수이며 이를 위한 매뉴얼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A양 집단폭행사건 가해 여중생 4명과 남성 2명, 조건만남을 강요한 남성 1명 등 7명을 이번 주 안에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나머지 여중생 1명은 촉법소년이라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된다. 가해자들을 엄벌해달라는 국민청원은 24일 오후 4시 40분 현재 9만5천692명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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