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효과 높이려면 단독 유치가 바람직…27년 걸린 '포스트 2011' 대회를 반쪽으로 유치하나
대구시가 광주광역시와 함께 2038년 하계 아시아경기대회(아시안게임) 유치에 나선다는 소식에 오래전부터 이를 갈망한 대구시민이자 스포츠 팬으로 마음이 착잡하다. 스포츠에 정치를 덧칠한 느낌 때문이다. 대구시와 시민 역량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가에 대한 회의감도 든다.
정치적으로 동서가 연합해야만 아시안게임 유치가 가능한 것인가. 대구시의 단독 유치는 능력 부족인가. 아직 유치까지는 시간이 있기에 차기 대구시장 의지와 타당성 조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국제 스포츠 종합대회가 가져다주는 도시 인프라 조성 등 기대 효과를 고려하면 단독 유치가 바람직하다. 대구가 먼저 유치하고 광주가 다음에 나서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광주가 먼저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달 26일 서울 국회에서 2038년 하계 아시안게임 공동유치를 선언했다. 대구와 광주는 이날 공동유치 선언과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상호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대회 유치와 관련한 세부적인 사항을 양 도시가 함께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양 도시는 유니버시아드대회(2003년 대구, 2015년 광주)와 세계육상선수권대회(2011년 대구), 세계수영선수권대회(2019년 광주) 등 다양한 국제대회 운영 경험을 공유해 효율적으로 대회를 운영하기로 했다. 기존 스포츠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 경기장 신축 건설에 따른 비용을 최소화하고 탄소 중립을 실천하는 '저비용-고효율'의 국제대회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양 도시의 유치 명분을 한번 뒤집어 보자. 양 도시는 지금까지 온전한 국제대회를 개최한 적이 없다. 획기적인 도시 발전을 가져오려면 하계 아시안게임이나 하계 올림픽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이를 개최한 도시는 서울(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올림픽), 부산(2002년 아시안게임), 인천(2014년 아시안게임)뿐이다.
대구와 광주가 각각 개최한 유니버시아드대회는 대학생 스포츠 축제로 대규모 인프라 조성 없이 가능했다. 세계육상·수영선수권대회는 단일 종목 대회다. 대구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대구 대회를 위해 건립한 대구월드컵경기장(현 대구스타디움)을 주 경기장으로 사용해 2003년 유니버시아드대회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치렀다. 유니버시아드대회 때는 경상북도 7개 시·군의 인프라 도움을 받았다. 대구가 국제대회를 통해 조상한 체육시설은 현재 구실을 못하는 대구육상진흥센터뿐이다. 광주는 그나마 세계에 자랑할만한 대규모 수영장을 건립해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이런데도 대구와 광주는 인프라 조성이 필요 없는 아시안게임 공동유치에 나서겠다고 한다. 서울과 부산, 인천은 아시안게임을 통해 대규모로 스포츠나 사회 기반시설을 조성했다. 도시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국제대회 유치는 정치적인 행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구와 광주시가 국비 지원을 외면하는 정부에 지레 겁을 먹고 비용 최소화를 외치며 공동유치에 나선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대회 명칭부터 부딪힐 우려가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용섭 광주시장의 공동유치 선언 후 광주일보는 '광주·대구 아시안게임'이라고 보도했고, 매일신문은 '대구·광주 아시안게임'이라고 했다. 통상적인 국제대회 관례에 따르면 알파벳 순서로 '2038 DAEGU·GWANGJU'가 되지만 한글 순서로 하면 '2038 광주·대구'가 어울린다. 도시 인구 규모로는 대구가 앞선다.
하계 아시안게임 공동 개최 사례로 보면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와 2026년 예정된 일본 아이치·나고야 대회가 있지만 대구·광주와는 다르다. 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의 수도로 팔렘방과는 규모에서 큰 차이가 있으며 대회 개·폐회식도 모두 자카르타에서 했다. 나고야는 아이치현의 현청이 있는 곳으로 경북·대구로 보면 된다. 근본적으로 스포츠 종합대회는 국가보다는 도시 중심으로 치러지고 홍보된다.
대구시의 스포츠 국제대회 유치 정책은 노무현 정권 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에 나서면서부터 꼬였다. '포스트 2003 유니버시아드대회'로 인천이 개최한 2018년 아시안게임 유치에 나서는 것이 좋았지만 세계육상선수권대회로 방향을 돌린 것이다. 당시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의 주역인 고 박상하 국제정구연맹 회장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를 주장하면서 대구시가 이에 따라가는 분위기였다.
우리 정부가 2018년 아시안게임을 유치했을 당시 국내 통신사는 서울, 부산에 이어 대구에서 대회가 열린다고 보도했다. 이때 스스로 포기한 아시안게임을 대구시가 이번에 광주시와 공동유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포스트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개최 이전부터 논의됐음에도 대구시는 10년도 더 지나 이를 구체화하고 있다. 그동안 뭘 했느냐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앞으로 아시안게임 유치는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수립 용역, 대한체육회 국내 후보 도시 유치신청 및 확정, 문화체육관광부·기획재정부 타당성 조사 및 심의,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유치신청 및 실사, 개최도시 결정 등의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대구와 광주는 올해 공동유치 실무협의회 구성을 시작으로 대회 유치를 위한 시민 공감대 확산 등 사전 준비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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