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여성 기자들은 손 들지 않습니까?" … 정적.
"아니, 우리 한국은 여성 기자들이 없나요?" … 정적.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에서 온 기자단에게 물었다.
한국 기자단의 첫 질문은 남성기자가 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이 "여성 기자 손들지 않습니까? 아니, 우리 한국은 여성 기자들이 없느냐"고 물었던 것이다.
문 대통령이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청와대도 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문 대통령은 사전에 질문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남성기자가 첫 질문에 나서자, 두번째이자 마지막 질문권은 한국 여성기자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이 열리면 기자회견에서 각 정상이 자국 기자 2명씩 질문권을 주는 게 관행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ABC뉴스 메리 앨리스 팍스 기자와 CBS 뉴스 낸시 코즈 기자를 호명했다. 두 사람 모두 여성이다.
하지만 당시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갑자기 여성기자를 찾는 문 대통령의 발언과 정적에 나란히 연단에 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당황스러운 듯 손으로 코를 만지고, 입 주변을 훑었다. 몸을 아예 한국 기자단 쪽으로 돌리고 서서 연설대에 왼팔을 얹고 비스듬히 기댄 채 오른손은 호주머니에 넣은 채 였다.
이윽고 '여성기자'가 "가장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성과를 설명해달라"고 질문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간에 백신 협력을 위한 글로벌 포괄적인 파트너십에 합의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를두고 AFP통신 소속 의회 출입 마이클 매티스 기자는 트위터에 "'한국에서 온 여성 기자는 없나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으려고 여성 기자를 찾았(고 얻었)다"고 적었다.
미 CBS 뉴스 소속 백악관 출입 캐서린 왓슨 기자는 트위터에 "'우리는 한국에서 온 여성 기자 없나요?' 문(대통령)이 여기자를 지목하려고 노력하는 듯한 모습으로 농담했다"고 썼다.
하지만 이 트윗에 다른 사용자들은 "그는 그 직전까지는 너무 잘했는데(He was doing so good up to that point)", "이상하게 보였다(seemed odd)"는 댓글을 달았다.

문 대통령 질문이 화제가 되는 이유는 미국인들은 공개 석상에서 특정 성별을 언급하는 것을 매우 낯설게 느끼기 때문이다. 여성을 대놓고 우대하는 것도 성차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날 현장이 혼란해진 이유는 미국과 한국이 기자로부터 질문받는 방식이 다른 탓도 있었다. 미국은 적어도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는 질문할 기자 2명을 미리 정한다. 한국은 미리 정하지 않고 현장에서 손을 들어 결정하다 보니 문 대통령이 두 번째 질문 기회를 여성에게 줘야겠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즉흥적으로 나온 문 대통령 발언은 자칫하면 한국 여성, 특히 한국 여성 기자들은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소극적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기자회견을 지켜본 전 세계 사람들에게 심어줄 소지도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국 측 첫 질문자를 지목할 때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앞쪽에…왼쪽에서 두 번째"라고 말했다. 서양권에서는 손으로 가리키는 것보다 이름을 부르는 것이 더 정중한 행동이라고 본다.
이날 트위터에는 "바이든은 질문할 기자 이름을 불렀다. 문은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기자를 묘사했다. 문은 여성 기자를 원했다. 여성들은 손을 잘 들지 않기 때문이다."는 글이 올라오는 등 해당 기자회견에 대한 다양한 반응이 이어지기도 했다.
한편, 이날 공동기자회견 말미에는 질문권을 얻지 못한 미국의 남성기자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상공을 나는 비행물체(UFO)에 대해서 '우리는 그것들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다'고 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그(오바마)에게 다시 물어보겠다"면서 농담으로 받아쳤다. 문 대통령도 웃으면서 박수를 보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