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이런 긴장감과 살벌함을 느껴 본 적이 없다.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 체온 측정과 마스크 착용을 두고 실랑이가 벌어지고, 신문이나 책장 넘기는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짜증과 신경질을 내는 방문자가 많아졌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난동이나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도 있다. 예전엔 볼 수 없었거나 극히 드문 일이었다." 최근 들은 대구 지역 한 도서관 관장의 얘기다.
그러고 보니 '요즘 짜증이 부쩍 늘었다'고 말하는 분들이 꽤 있었던 것 같다.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는 자신의 모습에 깜짝깜짝 놀란다는 얘기도 들린다. 예전 같으면 별일 아닌 것에도 쉽게 흥분하고 신경질적이 되는 경우가 잦아졌다는 하소연도 있다. 거칠어지고 사나워진 걸 스스로 느낄 때면 자괴감이 든다는 이들도 있다.
일상에서 사소한 일에 분노하는 사람이 늘면서 코로나 레드와 블랙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우울감을 호소하는 코로나 블루를 넘어 코로나 레드, 블랙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코로나 블랙은 분노(코로나 레드)에서 좌절·절망·암담의 상태로 넘어간 단계로, 자칫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사회 전반에서의 관심과 예방 노력이 절실하다"고 했다.
그러나 해결책을 제시하는 주체나 시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뾰쪽한 대책, 묘책이 잘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걱정만 하며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사회 각 분야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건 뭐라도 해 봐야 한다. 문화예술계도 예외는 아니다. 앞뒤 재지 말고 일단 현장, 시민 속으로 들어가 뭐든 시도해 보는 게 의외의 묘안이 될 수 있다.
도서관, 학교, 공원, 아파트 등 사람이 모인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음악회·연극도 좋고, 앙상블, 플래시 몹 형태의 짧은 뮤지컬이나 오페라, 합창 등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찾아가는 전시회도 가능하고, 도심 곳곳에서 캐리커처, 초상화 등을 그려줄 수도 있다. 작가들도 밖으로 나가 곳곳에서 시민들이 원하는 주제, 소재로 시를 즉석에서 써 준다거나 낭독회를 해도 좋다.
도서관, 관공서 등에 누구나 쉽고 편하게 찾아갈 수 있는 상담실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공원이나 번화가, 공단, 업무 밀집 단지 등 다중집합 장소 곳곳에 상담 부스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나 심리상담가가 상담을 해 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경륜과 연륜을 갖춘 분들이 내담자의 하소연이나 답답함 등을 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줄 수 있다.
예산 사업이 됐든, 재능 기부든, 자원봉사든, 경험 쌓기든 그 주체와 형식에 제한·상관없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많든 적든 예산이 필요하다면 지자체나 해당 문화재단, 문화예술 관련 각종 협회 및 공연·전시기관의 예산 사업으로 진행하고, 대학이나 기업, 병원 등의 인적·물적 지원을 받는 방법도 있다. 미술, 음악, 연극, 문학 등 각종 협회·기관·단체의 회원 등 전문가는 물론 관련 전공 학생, 신진 예술가, 아마추어 등을 가리지 않고 최대한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곳곳에서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거나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봉사의 자리와 기회를 마련해 줘도 된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문화예술로 코로나 블루·레드·블랙도 극복하고 이참에 일상과 생활 터전 곳곳에서 문화와 예술, 그리고 문화예술인이 넘쳐나는 문화예술도시로의 진화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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