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 이재용 사면 요구하는 민심, 거스를 이유가 없다

입력 2021-05-19 05:00:00

대구상공회의소가 국내 경제단체로는 처음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서명운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달 말 이 부회장 사면 탄원서를 만들어 청와대와 국무조정실, 법무부, 여야 정당에 전달한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범시민 서명운동까지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대구상의가 국내 다른 경제단체보다 앞서서 이 부회장 사면 서명운동을 추진하는 것은 삼성그룹의 모태인 대구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로서 시의적절한 행동이라 하겠다.

법 질서의 훼손 우려 및 형평성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 사면론이 끈질기게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자(CEO) 부재 상황 장기화가 결코 대한민국 경제와 시민 삶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현실 인식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이 대놓고 반도체 패권 전쟁을 선언한 판국에 반도체 선두 주자인 삼성전자가 2, 3등으로 밀려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 부회장이 조속히 경영에 복귀해 이 거대한 전쟁 속에서 삼성전자를 지휘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그가 지난 10일 청와대 기자회견에서 "국민 의견을 충분히 듣고 판단해 보겠다"며 종전과 사뭇 다른 기류를 보인 점은 주목할 만하다. 국민 동의가 전제 조건이라는 뜻으로 해석되는데, 이달 들어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 여론조사 전문기관이 실시한 공동 조사 결과 이 부회장 사면 찬성이 64%였고, 시사리서치 조사 결과도 찬성이 76%로 나온 것을 보면 국민 공감대는 이미 형성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법무부가 쓸 수 있는 카드로 가석방도 있지만 현행법상 5년간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경영 복귀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특별사면 카드만이 실효적 선택이다. 문 대통령은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원 포인트 특별사면을 받은 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크게 기여한 전례를 상기하기 바란다. 이왕 할 것 같으면 민심의 간을 더 보거나 뜸 들일 필요가 없다. 이 부회장의 조속한 사면 단행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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