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의 현주소 보여준 ‘영남대 교수 성폭행 의혹’ 사건

입력 2021-05-17 05:00:00

영남대 '교수 성폭행 의혹 사건'이 경찰 수사에 이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르며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피해를 호소한 A교수는 12일 '학교 측이 성폭행 사건을 덮으려 한다'는 제목의 청원 글을 실명으로 게재했다. 해당 학교와 관련자 실명은 규정에 따라 익명 처리됐지만 16일 오후 현재 21만2천여 명이 서명하면서 대학 측의 잘못된 대응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게시판 글에 따르면 A교수는 같은 센터에서 근무 중인 동료 B교수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사건 직후 이를 대학 측에 알리고 철저한 진상 조사를 요구했지만 무시당했다는 점이다. 상급 감독자인 부총장과 대학본부가 B교수의 비행을 접하고도 형식적인 대책위원회 소집 외에는 제대로 된 조사나 가해 교수와 학생들과의 분리 조치 요구도 묵살했다는 것이다. 학교 측의 부실 대응을 참다못해 A교수는 지난 2월 경찰에 B교수를 고소했고, 센터 책임자이자 부총장인 C교수도 함께 고소했다.

성폭력 문제 등 불미스러운 학내 사건을 대하는 대학 측의 잘못된 태도는 우려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문제 해결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대학본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해 온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다. 논란이 커지자 영남대는 13일 입장문을 내고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고 어떠한 사실을 덮거나 축소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C부총장의 면직 처리 등 때늦은 조치를 감안할 때 대학 측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A교수의 글을 보면 센터 책임자인 C부총장은 "시끄럽게 하려면 나가라"는 막말과 함께 피해자를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책임을 회피했다. 가해 교수의 비행은 아랑곳하지 않고 피해 교수를 오히려 문제를 키우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잘못된 대응을 한 것은 용납하기 힘든 처사다. 영남대는 지금이라도 절차에 따라 면밀히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원칙에 맞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런 부실 대응을 계속할 경우 비슷한 학내 사건을 부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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