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성윤 공소장 유출자 색출 지시한 박범계의 불순한 의도

입력 2021-05-17 05:00:00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중단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경위를 조사하라고 대검에 지시했다. 공소장 내용 공개를 범법 행위인 것처럼 몰아가려는 불순한 의도가 그대로 읽힌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민주주의 국가는 거의 대부분 공개 재판주의를 원칙으로 한다. 여기에는 공소장 공개가 포함된다. 재판부가 국민의 감시를 받게 해 공정한 재판을 받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는 기소 전 수사 내용을 외부에 알리는 범법 행위인 피의 사실 공표죄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런데 박 장관이 진상 조사를 지시한 근거는 법무부 훈령인 '형사 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본인과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2019년 9월에 만든 것으로 '공소장은 법령에 의해 허용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를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을 교부하는 등으로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결국 법률이 허용한 공소장 공개를 훈령은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박 장관은 이런 말도 안 되는 훈령을 내세워 공소장 공개가 불법 행위라도 되는 듯 진상 조사 운운하고 있다.

어이없는 것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박 장관은 과거 야당 의원 때는 기소 전에도 수사 상황을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당시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며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에 담긴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녹음 파일 공개를 주장했다. 그리고 이 사건을 수사하는 특검팀이 매일 수사 상황을 발표하도록 특검법에 '대국민 보고 조항'을 박 장관이 넣었다고 한다. 이 조항에 대해 박 장관은 2017년 2월 방송에 나와 "국민에게 당연히 알리는 것은 옳은 태도고 바른 방법"이라고 했다.

이런 '내로남불'이 민심이 이 정권에서 떠나가는 큰 이유다. 박 장관을 포함한 이 정권 사람들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내로남불'은 그대로다. 국민의 인내도 한계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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