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수의 술과 인문학]맥주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

입력 2021-05-14 14:20:00

시저와 안토니우스를 사랑의 노예로 만들어 버리고, 그로 인해 로마 제국을 멸망의 길로 이끄는 원인을 제공한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Cleopatra)는 2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인의 대명사로 일컬어지고 있다. 실제로 그녀의 매력은 고혹적인 미모가 아니라 발랄한 재치와 탁월한 화술, 놀라운 지성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었다는 얘기도 있다. 어쨌든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세계의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다."라는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의 말처럼 세계사의 판도를 바꿀 정도로 매력의 소유자였음은 분명하다.

그녀는 미를 가꾸기 위해 상상을 초월하는 투자를 하였다. 클레오파트라는 매일 목욕물 대신 맥주 거품으로 목욕을 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맥주 비법은 유럽, 특히 맥주로 유명한 독일 지방에서는 대대로 미인을 꿈꾸는 여인들에게 애용되어 왔으며, 맥주 거품이 주름살 제거와 피부 미백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비법은 체온보다 1∼2도 높게 데운 욕탕에 맥주 750ml 정도를 부어 혼합한 후 분위기 있는 음악을 틀어놓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며 목욕을 하면 된다.

술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인류 문명의 발전도 없었다. 인간의 삶에서 적당한 알코올은 심리학적·사회적으로 일상의 괴로움을 덜어주고 사회적 교류를 원활하게 하며 삶의 기쁨을 느끼게 한다. 전설적인 미다스 왕의 묘지에서 출토된 물질을 화학적으로 분석해 보니 모두 동일한 냄비에 들어있었던 보리, 포도, 꿀로 밝혀졌으며 이 혼합물은 고고학자 패드릭 맥가번의 표현대로 허브와 향신료가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 신석기 시대 그로그(술)였다.

역사의 시작 바로 그때부터 인간은 특히 마시는 음료에서 흥미로운 풍미를 얻기 위해 여러 재료를 섞어서 모든 가능성을 시도했다. 이는 최초의 맥주는 칵테일 혼합물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요즘 갈수록 맥주 세계에 동참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고 특히 홈술 열풍에 편의점 칵테일 매출 상승과 점차 전문화되고 있는 홈술 수요에 맞춰 맥주 칵테일도 다양한 콘셉트로 새로이 등장하고 있다.

맥주 칵테일은 갈증을 해소하는 이상의 다른 부가적인 면을 가미해 두 가지 이상의 다른 맥주를 블렌딩하거나 탄산음료나 시럽, 리큐어, 증류주 등을 혼합하고 창의적인 깜짝 놀랄만한 장식이 들어가기도 한다. 칵테일 재료로서 맥주는 많은 요소를 동반한다. 맥주의 다양한 색상은 시각적인 효과를 높여주며, 맥주의 쓴맛과 독특한 향과 맛은 밸런스를 높여준다. 스페셜티 맥주는 과일, 향신료, 오크 숙성 풍미 등 감미로운 맛과 분위기를 더해줄 수 있다.

맥주효모는 맥아를 익혀 만든 맥즙을 발효시킨 것으로 바로 이 맥주효모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섭취하지 못하는 영양분이 많이 들어있다. 특히 맥주가 피부에 좋은 이유는 맥주의 원료인 효모에 함유된 여성 호르몬 성분이 피부에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맥주효모는 셀레늄을 비롯한 항산화 미네랄의 가장 확실한 보급원이며, 맥주효모에 풍부히 들어 있는 스테로이드 물질은 여성 호르몬을 만드는 원료로 세포의 노화 방지 및 호르몬 장애를 근본적으로 해소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마이크로브루어리(Microbrewery)로 통칭 되는 소규모 양조장들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며 주목받고 있고, 다양하며 특색 있는 우수한 품질의 크래프트 맥주를 만들어내고 있다. 국내 맥주 시장에서도 수입 맥주의 다양화, 하우스 맥주 및 소규모 양조장의 증가로 인하여 수제맥주에 대한 관심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되고 삶의 하루가 조금씩 지쳐 올 때는 클레오파트라가 미를 가꾸기 위해 매일 목욕물 대신 사용했다는 맥주와 함께 무더위를 날려보자.

시원한 맥주 한잔이 갈증을 해소해주고 삶에 지친 우리의 몸을 녹여 줄 것이다. 사람과 술은 뒤끝이 좋아야 한다. 적당한 음주는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해준다. 만족한 삶을 위해서는 일을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건강과 열심히 일하고 때때로 한잔의 술잔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다.

이희수 대한칵테일조주협회 회장(대구한의대 글로벌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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