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공연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여러 공연을 준비하느라 바쁜 요즘, 연습실 가는 길에 습관처럼 카페에 들린다. 연습 일정에 따라 들르는 카페는 여러 군데지만, 어느 카페를 가든지 메뉴판도 보지 않고 주문을 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플라스틱 컵에 가득 담긴 얼음을 달그락거리며 연습실에 도착하면, 먼저 도착해있던 동료들 곁에도 '잠이 와서 깨려고, 피곤해서, 목이 말라서' 등 다양한 이유를 가진 커피들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커피의 카페인 성분이 피로를 줄이고 집중력을 높여준다고 해서 '체력 회복 포션'(온라인 게임에서 획득하면 체력을 회복하는 물약)이라고도 불리는 이 음료들은 연습실을 채우는 열기와 같은 속도로 사라져간다.
매일 적게는 1잔, 많게는 3잔까지 마셔대던 커피에 결국 중독되고 말았다. 어느 날, 건강에 전혀 이상이 없는 것 같은데도 두통이 심하고 이유 없이 짜증이 나서 동료들에게 두통약을 구하니, 카페인 금단현상 중에 두통과 신경과민 증상이 있다며 카페인 중독이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 그러고 보니 그날은 커피를 마시지 않았었다. 카페인도 금단현상이 있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해서 놀랐지만, 더 놀라운 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만들어진 습관이 신체에 영향을 미칠 만한 중독증상을 만들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커피 같은 경우엔 술이나 담배 같은 중독과 달리 심한 금단현상이 나타나는 게 아니라서 쉽게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커피를 마시지 않은지 5일 정도 지나자 두통 증세도 사라졌다. 또다시 카페인 중독 증상을 겪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물과 이온음료로 대체하며 커피를 마시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런데 지난 주말, 공연장에 가기 전 동료와 카페에 들렀다가 아무 생각 없이 커피를 주문해버렸다. 금단현상보다 습관이 더 무서웠다.
어떤 행동이 습관으로 만들어지는 데는 21일이 걸리고, 그 습관이 몸에 배기 까지는 3달이 걸린다고 한다. 좋은 습관을 만들기는 긴 시간이라 많은 사람들이 의지를 견고하게 다지기 위해 모임을 만들기도 한다. 반대로 나쁜 습관이 생기기에는 짧은 시간이었다. 퇴근하고 마시는 맥주 한 캔, 입이 궁금해서 찾는 각종 간식들이 습관이 될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만들어진 습관을 없애기 위한 방법을 찾아봤더니 나쁜 습관을 대체할 수 있는 좋은 행동을 습관으로 만들라는 내용이 있었다. 나쁜 습관을 없애기 위해서도 최소한 21일에서 석 달이 필요한 것이다.
여태껏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나쁜 습관을 만들지 않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 며칠간의 나의 하루를 천천히 되짚어봤더니 무의식적으로 반복하고 있던 많은 행동들이 건강한 삶을 방해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쁜 습관 지우기, 지금 당장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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