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 경희대 교수
# 2020.1.28. 전국 검찰청의 직접 수사 부서를 폐지·축소하는 내용의 검찰 직제 개편안이 시행됐다. 직제 개편으로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도 폐지됐다. 취임 한 달도 안 된 추미애 법무부 장관(당시)의 첫 '검찰 개혁' 작품으로 신라젠, 상상인 그룹, 라임자산운용 사건 등을 수사하던 합수단이 공중분해된 것이다.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 명분이었지만 의구심이 많았다. 관련 사건마다 여권 정치인의 이름이 오르내리며 권력형 비리 의혹이 한창 커지고 있을 때였다.
# 2020.10.26. 추 장관은 국회에서 "합수단이 증권 범죄에 대한 포청천으로 알려졌지만, 부패 범죄의 온상이었다"고 말했다. 여의도 포청천, 부패 범죄의 온상 중 어떤 게 맞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진실을 반영한다. 합수단 폐지 소식이 전해진 1월 14일, 신라젠은 최고 4.94% 상승했고 상상인과 상상인증권은 각각 최고 11.41%, 24.31% 올랐다.
# 2021.1.11. 금융위원회에서 검찰에 이첩하는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 건수가 2016년과 2017년 각각 81건에서 2020년 57건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검찰로 이첩된 57건 가운데 검찰이 처분을 완료한 사건은 고작 6건. 51건(89.4%)은 여전히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합수단 폐지 후 자본시장 관련 범죄 대응 역량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2021.1.22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이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국민의힘 청주 상당구 지역위원장을 지낸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은 라임펀드 판매 재개를 위해 우리은행에 청탁한 혐의로 5월 7일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았다. 초대형 사기 사건의 로비 통로로 의심되는 대어는 하나도 걸리지 않고 잔챙이(?)만 잡은 그물이 신기할 따름이다.
# 2021.4.19. 금융감독원은 신한은행의 라임펀드 불완전 판매 책임에 대해 개인투자자는 40~80%, 법인은 30~80%의 손해배상 비율을 결정했다. 금감원이 우리·기업은행 등의 책임을 인정해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금감원의 이런 결정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우선 '투자는 자기 책임'이라는 대원칙에 어긋난다. 더 큰 문제는 사라진 엄청난 돈의 행방을 추적할 동력을 잃는 것이다. 은행 돈으로 일단 피해자들의 입막음을 하고 나면 수사기관이 권력 핵심을 건드릴 수도 있는 수사에 열심을 낼 리 만무하다. 이익은 범죄자가 챙기고, 최종 손해는 은행의 주주인 국민이 뒤집어쓰는 꼴이다.
# 2021.5.6~7.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에서 라임펀드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 후보자의 딸, 사위, 손자·손녀가 12억 원을 투자한 라임 '테티스 11호'가 '특혜성 맞춤 펀드'라는 의혹이다. 매일 환매가 가능하고, 환매 수수료와 성과 보수가 모두 0%인 자체가 특혜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딸과 사위가 손해를 봤다면서도 펀드 구성이 특혜라는 지적에는 "그래 보인다"고 답했다. 야당은 "총리가 되려면 가족 투자 특혜 의혹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여당은 "김 후보자 딸 부부도 피해자"라고 엄호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국회 본회의의 인준 동의를 거쳐야 한다. 야당이 의혹을 해소하라며 반대하고 있지만 거대 여당이 있는 이상 총리 취임에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당부하고 싶다. 청문회 과정에서 김 총리의 첫 번째 과제가 자연스레 드러났다고 본다.
수많은 피해자를 남기며 경제의 혈맥인 금융 시스템을 좀먹는 증권·금융 관련 범죄를 척결하는 일이다. 총리가 되면 관련 의혹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겠다, 문제가 있다면 내 가족부터 책임지게 하고, 유사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시스템을 점검하겠다는 다짐을 해야 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부동산 투기와 함께 걱정되는 것이 증권·금융 쪽의 전문적인 범죄"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가 아는 정치인 김부겸은 적어도 범죄에 대해 정파적 시각에서 눈을 감을 인물은 아니라 믿는다. 마지막 공직이어도, 혹시 더 큰 꿈을 가지고 있어도 더욱더 올곧은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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