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해평면을 다녀오다

입력 2021-05-06 17:02:15 수정 2021-05-07 06:08:03

이창환 사회부 차장

경북 구미시 해평면 상공에서 바라본 낙동강과 해평 취수장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경북 구미시 해평면 상공에서 바라본 낙동강과 해평 취수장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이창환 사회부 차장
이창환 사회부 차장

해평취수장이 위치한 구미시 해평면을 얼마 전 다녀왔다. 해평취수장을 대구와 구미 시민들이 공동 이용하자는 제안에 대해 그곳 주민들의 생각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해평 주민들은 해평취수원 공동 이용에 대해 '결사 반대'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였다. 사실 여부와 이유를 직접 듣고 싶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바닥 민심은 알고 있던 것과 달랐다.

최근 대구와 취수원 공동 이용을 주장하는 단체까지 만들어졌다. 바로 해평면 청년봉사회다. 얼마 전까지 취수원 공동 이용에 찬성하면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힐 정도로 강경했던 이곳에서 반전이 일어난 셈이다.

김기완 해평면 청년봉사회장은 기자에게 "'해평 주민은 배곯아 죽고 산동 주민은 배 터져 죽는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고 했다. 그의 말에 반전이 일어난 이유가 들어 있었다.

김 회장은 대구와 취수원 공동 이용을 계기로 해평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낙후돼 가는 고향을 더 두고 볼 수 없다는 마음이 읽혔다. 대구는 취수원 공동 이용 대신 매년 100억 원의 상생 기금 지원을 비롯해 여러 지원책을 약속했다. 해평면 농축산물을 대구시가 우선적으로 전량 구매하는 방안 등도 논의할 수 있다. 상생 기금이 모두 해평면에 직접 지원될지는 알 수 없지만, 고향 발전을 위해서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분명했다.

공동 이용을 반대하는 주민들도 "구체적인 지역 발전 방안이 있으면 공동 이용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그만큼 지역 발전에 관심이 컸고, 주변 지역보다 낙후된 동네를 걱정했다.

해평은 과거 부촌(富村)이었다. 넓은 해평들을 경제적 기반으로 주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유한 동네였다. 1983년 이후 구미와 김천, 칠곡 등지에 식수를 공급하는 해평취수장이 들어서면서 대부분 지역이 상수원보호구역과 공장 설립 제한 지역으로 묶였다.

해평면 전체 면적(69.20㎢) 중 약 92%가 상수원보호구역(3.32㎢)과 공장 설립 제한 지역(57.85㎢)으로 묶여 있다. 인근 선산읍, 고아읍, 도개면의 일부 또는 상당 지역도 공장 설립 제한 지역으로 규제를 받는 처지다.

일부 주민들이 대구와 취수장을 공동 이용하면 해평에 규제가 더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추가로 규제할 땅이 없을 만큼 대부분 지역이 규제를 받고 있다.

해평면은 취수장이 있다는 이유로 그동안 피해를 많이 봤다. 구미시도 해평 발전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인구가 적은 탓에 선거 철에도 후보자들의 집중 공략 지역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취수원 공동 이용을 두고는 지역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휘둘리기도 했다.

취수원 공동 이용 문제에서 해평 주민들의 생각이 중요하다. 해평 주민들이 지역 발전을 위해 공동 이용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구미시 공직사회, 구미 시민, 구미 정치권이 도와야 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부 정치권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해평 주민들의 생각을 마음대로 가져가 사용하는 것을 허용해선 안 된다. 정치가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본업에서 벗어나 오히려 증폭시켜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구미 시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취수원 공동 이용에 대해 동의 또는 조건부 동의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취수원 문제를 두고 대구와 구미 간 오랜 반목을 끝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대구시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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