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嶺南)은 조령(鳥嶺·문경새재)과 죽령(竹嶺·소백산) 아래 남쪽 지방을 뜻한다. 고려시대 이후 800년 가까이 명맥을 유지한 행정구역 '경상도'와 같은 말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이 지역은 한반도에서 인구가 가장 밀집한 지역이었고 지금도 남한 인구의 4분의 1, 비수도권 인구의 절반이 산다.
경상도는 그러나 조선 말기인 1896년 북도와 남도로 갈라진 이후 분리의 길을 걸어왔다. 지금 영남에는 대구시, 경상북도, 부산시, 울산시, 경상남도 등 다섯 개의 광역지자체가 있다. 행정구역이 갈라지면 사람들의 의식과 유대감에도 분리감이 생겨난다. 이제는 '영남'이라는 하나의 범주로 5개 지역을 뭉뚱그려 이해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지역 정서와 공동체 유대감을 고려할 때 영남은 대경권(대구경북·TK)과 부울경권(부산울산경남·PK) 범주로 구분해 바라보는 게 현실과 부합한다. 실제로 신공항 문제와 위천 국가산업단지 조성 등으로 빚어진 지역 갈등에서도 TK와 PK 두 축으로 이해가 엇갈렸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에서 TK와 PK를 한 몸으로 엮으려는 시도가 있어 눈길을 끈다. 이른바 '영남 배제론'이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서 영남 출신 정치인을 컷오프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울산에 지역구를 둔 김기현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된 마당에 당 대표마저 영남 지역구 정치인이 된다면 국민의힘이 '도로 영남당'이 된다는 논리다.
신공항 이슈 등에서 TK와 PK 갈라치기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취할 때는 언제이고 이제 와서 'TK와 PK는 하나'라며 억지 주장을 펴니 속이 너무나 뻔히 들여다보인다. 대구경북 사람들이 느끼는 부울경과의 심리적 거리는 수도권은 물론이고 충청·강원·호남과 그리 다르지 않다. 역으로 대구경북에 대한 부울경 사람들의 심리적 거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제1야당에서 이처럼 해괴한 주장이 횡행하는 것 자체가 수준 미달이다. 수도권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황교안·나경원 투톱 체제로 치러진 21대 총선 결과를 보고도 이런 말이 나오는가. 전당대회는 당원과 국민의 마음이 공정하게 반영되는 축제의 장이어야 한다. 말도 안 되는 'TK·PK 한 몸론(論)' 따윈 접어 두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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