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1위 등극, 잘나가는 이유가 있다…가을 야구 예열 "라팍서 시민대축제 열어보자"
구단의 투자·믿음…외국인 투수 '화려함 대신 적응', 뷰캐넌·라비블리 맹활약 보답
오재일·피렐라 타격 전력 보강…장타율·기동력 등 리그 정상급
선발, 불펜 '짠물 피칭' 시너지…팬들 "쉽게 포기 안 한다" 기대
화려했던 '왕조 시대'를 다시 한 번 이루고자 '사자 군단'이 포효하고 있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지만, 2021년 삼성라이온즈는 지지않고, 포기하지 않는 팀 컬러로 5년 만에 리그 선두를 질주 중이다. 팬들은 "이대로 가을까지 가자"며 코로나19 시대의 시름을 야구로 잊고 있다. 3일 현재 삼성은 16승 10패 승률 0.615로 KBO 리그 1위다. 2015년 10월 6일 이후 2천31일 만에 다시 밟아보는 순위표 맨 윗자리다.
◆잘나가는 삼성엔 이유가 있다
최근 5년간 '9-9-6-8-8'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성적표를 깨고자 삼성은 지난 겨울, 예전과는 다른 행보로 전력 보강을 단행했다.
성적이 곤두박질 쳤음에도 뒷짐만지던 삼성은 지난 겨울, FA시장을 노크했고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중심타선 보강을 위해 오재일을 데려왔다. 50억원(4년)의 거금을 투자했다.
야성을 깨울 외국인 타자 물색에 나서,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 무대에서 뛴 호세 피렐라를 낙점했다. 한국 무대의 적응을 관건으로 봤고, 피렐라의 일본 무대 경험을 중시한 결정이었다.
경험은 외국인 투수에게도 적용됐다. 2020년 15승7패로 빼어난 성적으로 거두며 한국 무대 적응을 마친 검증된 데이비드 뷰캐넌과 재계약했다.

2019년 손을 잡았지만, 그다지 빼어난 성적으로 거두지 못했던 벤 라이블리와도 또 한번의 동행을 선택했다. 그는 첫해 4승4패, 이듬해 6승7패로 외국인 투수의 기대 요건을 채우지 못했지만, 삼성은 그에게 다시 한번 신뢰를 보냈다.
라이블리는 올해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면서 머리색깔을 푸른색으로 물들이며 '푸른 사자'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외국인 선수의 역할이 팀 성적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삼성은 화려함보다는 적응을 선택의 기준으로 봤고 구단으로부터 신뢰를 받은 이들은 보란듯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씨를 뿌리고 관리한 '화수분 야구'도 올 시즌 제대로 빛을 보고 있다.
이름 있는 선수들의 '이름값' 활약에다 이들의 뒤를 바치는 백업 선수들의 성장은 삼성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
시즌 시작과 함께 선발진의 난조로 4연패를 당한 팀을 구한 건 2년차 투수 이승민이었고, 김지찬과 송준석, 박승규 등은 빠른 발과 신예의 패기로 팀 분위기를 데우며 그야말로 '알토란' 같은 역할로 빛을 내고 있다.
구단의 투자와 선수에 대한 믿음, 그에 보답하려는 선수들의 열정이 그라운드에서 표출되면서 삼성은 모처럼 힘 있고 강한 구단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기겠다는 근성이 살아났다.
팬들은 올 시즌 삼성의 가장 달라진 점으로 승부 근성을 꼽는다. 지고 있을 때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경기에 집중하며 '한 번 해보자'는 투지가 팬들에게까지 자연스럽게 전해지고 있는 것.
지난 2일 대구 LG전에서 1대1이던 4회말, 1사 주자 2·3루 상황에서 이원석의 평범한 뜬공에 3루 주자 피렐라는 과감하게 홈으로 내달렸다. 접전 상황에서 포수가 공을 놓치자, 3루에 안착한 2루 주자 강민호가 그 틈을 파고들어 홈 플레이트를 터치, 그저 아웃카운트만 늘릴 뻔 했던 순간, 삼성은 집중력을 발휘해 순식간에 2점을 만들어냈다.
이를 발판으로 삼성은 승리를 거뒀다. 이는 예년과는 달라진 삼성의 현재 모습 중 하나다.
삼성은 올 시즌 장점인 빠른 발을 십분 발휘, 25개의 베이스를 훔쳤다. kt(26개) 다음으로 많다.
허삼영 감독은 "올해는 장타율 상승으로 기존의 기동력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며 "안 풀릴 땐 기동력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 우리 팀은 기동력을 살릴 선수가 많다"고 했다.
타선의 폭발력은 거침이 없어 3일 현재 삼성은 팀 홈런 27개(2위), 팀 타율 0.273(3위), OPS(출루율+장타율) 0.770(3위)로 공격력이 리그 정상급이다.
김용달 삼성 타격 코치는 "타자들 모두 자신이 갖고 있던 단점을 고치고 장점을 살리는 스윙에 집중해왔고 그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며 "베테랑들의 경험과 신인들의 패기가 합쳐지면서 그 시너지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운드는 전성기 시절처럼 탄탄하다.
확실한 원·투 펀치 뷰캐넌과 라이블리가 여전히 기량을 발휘하고 있고 여기에 원태인의 성장은 기대 이상. 뷰캐넌은 올 시즌 리그 첫 완봉승으로 삼성의 1선발 위용을 과시했고, 흔들렸던 라이블리도 안정을 찾고 있다. 원태인은 현재 평균자책점 1.16으로 리그 최고의 짠물 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선발진이 중심을 잡으면 불펜진은 승리를 굳히는 승리 공식도 쓰고 있다. KBO리그 역대 최초 300세이브 고지를 밟은 오승환이 여전히 건재하고 우규민이 평균자책점 '0'으로 마운드의 허리를 든든히 지키고 있다. 김윤수, 양창섭, 임현준, 장필준, 심창민 등이 제몫을 다하면서 오랜 만에 삼성의 지키는 야구가 마운드에서 재현되고 있다.
삼성은 현재 선취득점시 승률이 11승 4패(0.733)로 리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대로 "가을야구 가자"
허삼영 감독의 데이터 야구도 빛을 발휘하면서 삼성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야구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철옹성 선발진에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토종 에이스 최채흥이 복귀 초읽기에 들어가 5월에는 마운드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중심타선 오재일의 방망이도 예열되고 있다. 투타에서 플러스 요인이 더 많은 삼성이기에 팬들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라팍)에서의 '가을야구'를 기대한다.
2013년, 최다 수용인원 1만명의 대구시민야구장에서 들어올린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8년 만인 2021년, 라팍에서 다시 들어올리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한 야구팬은 "삼성이 자만하지 않는 모습으로 매경기 최선을 다해 올해 가을에는 라팍에서 대구 시민들과 함께 코로나 종식을 알리는 시민 대축제의 축포를 쏘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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