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국 대구문화재단 예술진흥본부장

지난달 대구에도 문화예술 활동의 기록이 담긴 '열린 수장고'가 대구예술발전소 3층에 문을 열었다. 문화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반색할 만한 성과다. 문화로 즐겁고, 예술로 행복한 대구를 위해서는 보존 가치가 있는 문화예술 자료의 수집과 축적은 필수여서다.
'열린 수장고' 개관에 미국 뉴욕에서 보낸 유학 시절이 겹친다. 시민들의 문화예술 동력의 근원이 된 뉴욕공연예술도서관 같은 곳이 생긴 셈이기 때문이다.
뉴욕공연예술도서관은 문화예술의 모든 범위를 포괄하고 일반자료실과 연구자료실로 나누어 운영하며, 특히 아카이브 성격을 띤 연구자료실은 상상 이상의 희귀하고 다양한 자료를 보존하고 있었다. 필자가 필요로 했던 악보나 다양한 예술 자료들이 목마른 지식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해 우리나라에도 이런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부러워했었다.
'열린 수장고'는 넓지 않은 공간이다. 하지만 흩어져 있던 문화예술 기록들을 체계적으로 모은 것은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대구 시민들이 문화예술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사실 '열린 수장고'는 문화예술인들의 오랜 염원이었는지 모른다. '열린 수장고'의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을 때 작고한 예술인들의 유족과 원로 예술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한다. 지금도 근‧현대 공연예술 자료들을 기부하고 싶다는 문의가 잇따른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개별적으로 흩어진 자료들이 모이면 역사가 된다.
실제로 '열린 수장고'에는 특이 자료가 적잖다. 1960년대 교향악 운동을 펼치던 대구의 음악인을 위해 파블로 카잘스, 레너드 번스타인, 피에르 몽퇴 등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음악인들이 보내 온 응원 전보와 편지 원본 등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의 역사적 뿌리를 찾을 수 있는 중요한 유물들이다.
대구는 익히 알려진 대로 일제강점기 민족시인 이상화, 이육사, 현진건 등의 예술인들이 왕성하게 활동한 도시다. 6·25전쟁 당시에는 한국 최초의 음악 감상실인 녹향, 살롱 문화의 꽃을 피운 꽃자리 다방, 이삼근 씨가 운영한 대구 최초 그랜드 피아노가 있던 백조다방 등에서 구상, 신동집, 양명문, 이중섭, 유치환, 최정희, 권태호 등 당대 최고의 문화예술인들이 활동하며 전쟁으로 힘겨운 시기에도 문화예술의 획을 그은 도시다.
이런 역사적 사실들을 입증해 주는 '열린 수장고'는 문화예술의 정신적인 자산과 토대 역할을 하는 곳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기반으로 한 '융합 예술' 분야를 선도하는 사회에서는 기초가 굳건할수록 깊이가 생기기 마련이다.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문화산업의 자원이 되기 때문에 그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아울러, 대구 문화예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으며 문화예술 자료를 후대에 이어 주기 위한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통합 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한 시작점이다. 대구 문화예술 진흥의 미래는 축적된 과거의 문화예술 자료들을 통해 합리적으로 재창조될 때 진정한 가치를 가진다.
문화예술이 빛나던 대구의 미래를 위해 앞으로도 지역 문화예술에 공헌한 예술인들의 예술혼을 존중하고, 살아 계신 원로들의 생생한 증언을 담아 체계적인 정리에 소홀해지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그간 예술가와 작품들에 대한 재평가 및 역사적 자료로서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정립한 대구시 문화예술아카이브 팀의 수고와 헌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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