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비트코인 화폐 아냐" 재확인…디지털화폐 6월 모의실험

입력 2021-04-28 17:12:53 수정 2021-04-28 18:21:0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화폐가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면 현금처럼 실제 지급 수단으로 쓰일 수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경우 연구를 이어나가 연내 모의 실험에 돌입할 예정이다. 중앙은행이 직접적으로 가치를 보장하는 '진짜' 가상화폐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28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2020년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올해 6월부터 CBDC 파일럿 시스템을 구축하고 가상 환경에서 모의 실험을 진행한다. CBDC란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전자적 형태의 화폐를 의미하는데, 가격이 계속 변하는 비트코인과 달리 변동성 없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현금처럼 지급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투자 광풍이 불고 있는 각종 '코인'이 시중 화폐를 대신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가상화폐'가 아닌 '가상자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종렬 금융결제국장은 이날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자산은 화폐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있다"며 "한은이 10개 기관으로 구성된 가상자산 관련 정부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5일 "암호화폐(암호자산)가 지급 수단으로 사용되는 데는 제약이 아주 많다"며 화폐로 인정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이 총재는 당시 "내재 가치가 없고, 지급 수단으로 쓰이는 데 제약이 크다는 건은 팩트(사실)"라며 "사실상 가치의 적정 수준을, 적정 가격을 산정하기가 대단히 어렵고 가격의 변동성이 매우 크다"며 "그렇기 때문에 암호자산 투자가 과도해지면 투자자에 대한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고,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와 동시에 한은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CBDC 연구를 시작했다. CBDC 전담 연구 및 기술 조직을 만들고 연구 추진 계획을 수립했으며, 하반기부터는 CBDC 관련 시스템의 주요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컨설팅에 돌입했다.

올해 시작되는 모의 실험은 그다음 단계로, 가상 환경에서 CBDC의 제조부터 발행, 유통, 환수 과정을 거쳐보면서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다. 다만 당장 상용화가 목적은 아니다.

26일 오전 서울에 위치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센터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 실시간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전 서울에 위치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센터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 실시간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지급수단으로서 현금에 대한 선호도가 낮지 않고, 금융 포용 수준도 높으며, 지급서비스 시장이 비교적 잘 발달돼 있다는 점에서 가까운 시일 내 CBDC를 발행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언급했다.

한은 관계자는 "(모의 실험은) CDBC의 발행을 전제로 한 실험이 아니다"라며 "기본적으로 (내부적인) 연구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2019년 기준 현금 이용 건수 비중은 26.4%로, 신용카드(43.7%)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현금 없는 사회'에 가까운 스웨덴과 중국 등에서만 CBDC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상용화는 '먼 이야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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