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있는 여성들 유인해서 아파도 일 시켜' 성매매업소 운영해 128억 번 일가족 구속

입력 2021-04-28 16:37:39 수정 2021-04-28 20:40:12

수원역 앞 집장촌. 연합뉴스
수원역 앞 집장촌. 연합뉴스

2대에 걸쳐 수십 년간 성매매 업소 여러 곳을 운영하며, 128억 원 상당의 불법 수익을 올린 일가족이 경찰에 구속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28일 성매매 방지 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삼 남매와 이들의 배우자 등 5명을 입건하고 이 중 50대 A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과거 A씨의 모친은 수원역 부근 집창촌에서 수십 년 전부터 성매매 업소를 운영해왔다. 모친이 사망하자 A씨 남매는 대를 이어 1998년부터 지난 3월까지 23년간 이곳에서 업소 5곳을 운영했다.

이들은 채무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상대로 선불금을 제공해 성매매하도록 유인했다. 또 몸이 아픈 여성 종업원들을 쉬지도 못하게 하며 손님을 받도록 강요했다고 한다. 이들이 올린 불법 수익은 총 128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수사당국은 실제 이들이 해당 업소를 통해 더 많은 돈을 벌어들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의 악행은 지난해 11월 20대 여성 2명이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내 A씨 등이 운영하는 업소에서 1~2년간 일하며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금품을 빼앗겼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수원지방검찰청에 접수하면서 드러났다. 검찰은 사건을 수원서부경찰서에 배당했다.

염태영 수원시장과 김원준 경기남부경찰청장이 20일 오후 최근 여성안안심구역으로 지정된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 앞 성매매 업소 집결지 일대에서 합동 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염태영 수원시장과 김원준 경기남부경찰청장이 20일 오후 최근 여성안안심구역으로 지정된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 앞 성매매 업소 집결지 일대에서 합동 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경기남부청이 사건을 넘겨받아 지난 3월 A씨 등이 운영하던 업소 3~4곳과 주거지 등을 압수 수색을 해 불법 수익 128억원을 확인했다. 현장에선 현금 4천800여만원과 황금열쇠 등 7천2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이 쏟아져나왔다. 또 영업장부, 성매매 선불금 차용증 등도 확보해 압수했다.

경찰은 또 금융계좌 435개를 분석해 이 중 동결 가능하다고 판단한 62억원을 기소 전 추징보전 명령을 통해 동결했다. 추징보전은 범죄 피의자가 특정 재산을 형이 확정되기 전에 빼돌려 추징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미리 막기 위해 양도나 매매 등 처분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다.

한편 경찰과 지자체는 뒤늦게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를 '여성 안심구역'으로 선포하고 폐쇄회로(CC)TV 설치와 소방 특별조사를 진행하는 등 집결지를 폐쇄하기 위한 세부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지난 2월부터 시행된 이러한 조치에 이 지역 업주 전원이 오는 5월 31일까지 영업 중인 업소를 폐쇄하겠다고 약속했고 현재까지 업소 40%가량이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시는 여성 종사자들을 위한 지원책도 내놨다. 생계비·주거비·직업훈련비 등 약 5억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해 계도하고 있다.

경찰은 또 관련 범죄가 오피스텔 등 신·변종 성매매 업소로 유입되는 '풍선효과'를 방지하기 위한 수사에도 집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가용 경력을 총동원해 성매매 범죄 근절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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