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아름다운 5월에…!

입력 2021-04-28 11:55:59

박소현 피아니스트
박소현 피아니스트

매해 5월이 시작되면 꼭 듣고 싶어지는 음악이 있다. 첫 음절 가사가 '아름다운 5월에(im wunderschönen Monat Mai)'로 시작하는 로베르트 슈만(1810-1856)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Dichterliebe)' 작품번호 48이다.

로베르트 슈만은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이다. 많은 작곡가들이 우여곡절을 겪었다지만, 슈만의 생애를 살펴보면 다른 작곡가들의 삶은 평탄하게 느껴진다.

뒤늦게 피아니스트의 길에 들어서 무리하게 연습하다 손가락 부상으로 작곡과 평론에 전념했다는 점, 피아노 스승이었던 프리드리히 비크의 딸인 클라라와 결혼하기 위해 오랜 기간 소송까지 불사했다는 점, 생의 마지막을 정신병원에서 마감한 점 등은 그의 음악을 한층 더 드라마틱하게 들려주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특히 부인이 된 클라라의 존재는 로베르트 슈만의 전 생애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연가곡 '시인의 사랑'은 클라라 비크와 사랑의 결실로 1840년, 승소해 결혼에 성공했던 해에 지어진 곡이다.

1840년은 슈만에게 매우 기념비적인 해인데 소위 '가곡의 해'로 불린다. 작곡을 시작한 후 초기의 작품 대부분이 피아노를 위한 작품이었던 것과는 달리 지난한 소송 끝에 이뤄낸 클라라와 결혼이라는 큰 결실 앞에서 슈만은 어김없이 사랑과 열정에 충만한 감정들을 가곡에 쏟아낸다. '시인의 사랑'뿐만 아니라 잘 알려진 '여인의 사랑과 생애', '가곡 모음집'을 비롯하여 약 140여 곡의 가곡이 이때 작곡되었다.

슈만의 요동치는 감정을 잘 표현해준 데에는 그의 작곡기법뿐 아니라 가사 또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슈만은 음악과 더불어 문학적으로도 매우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었고, 그렇기에 시의 내용을 깊이 이해하는 것에 무리가 없었다.

'시인의 사랑'에 사용된 가사는 당대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1797-1856)의 1827년 작 '노래의 책' 중에서 가져왔다. 5편의 연작시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하이네가 그의 사촌 동생인 아말리에와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고통과 상실감을 노래하고 있다. 클라라와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고된 과정을 겪었던 슈만은 이 시에 본인 감정을 투영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총 16곡으로 이루어진 '시인의 사랑(Dichterliebe)'은 가사로 쓰인 시에서 나타나듯 사랑이 시작될 때의 설렘과 실연의 아픔, 그리고 마지막에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허망함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곡은 5월로 시작하는 가사와 더불어 사랑을 노래하는 따뜻함이 곡 전반에 스며들어 봄에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어느덧 봄의 막바지에 접어든 요즘, 슈만이 그려낸 '시인의 사랑'을 감상하며 이 아름다운 5월을 만끽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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