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아카데미 연기상을 탄 첫 번째 한국 배우이자,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64년 만에 수상한 아시아 여배우가 됐다.
윤여정의 아카데미상 수상은 배우 윤여정 개인의 성취, 한국 영화의 쾌거 이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한인 가정의 미국 이주 정착기를 그린 작품으로 윤여정은 '할머니 순자' 역을 맡았다. 주연이 아니라 조연으로 영화에 참여했다. '미나리'는 지금까지 크고 작은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100여 개의 상을 받았다. 그중 30개가량이 윤여정이 받은 연기상이다. '주연'이 아니라 '조연'이 상을 휩쓴 셈이다. 이는 역할이 다를 뿐 출연자 모두가 '주인공'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누구는 '주인공'이고 누구는 '엑스트라'가 아니라는 말이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역할이 다를 뿐 우리는 각자가 주인공이다. 최선을 다할 때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으며, 영예를 누릴 수 있다. 윤여정의 수상은 우리 사회가 '최선의 역할 수행'은 저평가하고 '좋은 배역'에 '과한 점수'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가 구성원들로 하여금 '재능과 역할'에 충실하기보다, '배역 잡기'에 골몰하도록 만들고, 결과적으로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윤여정은 수상 소감에서 다른 여우조연상 후보들에게 칭찬을 건넸다. "훌륭한 후보들이 각자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다. 각자가 승자다"라고 말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배우 윤여정은 1947년 6월 19일생으로 만 73세다. 우리나라에서는 75세로 통하는 나이다. 75세에 세계 최고 영화상을 수상하리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젊고 예쁜 여자가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흔히들 생각하지만, 윤여정은 주름 많은 얼굴, 걸걸한 목소리로 주인공이 됐다. 그러니 살아 있는 동안 우리가 노래를 멈출 이유는 없다. 스물은 스물의 노래를, 팔십은 팔십의 노래를 부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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