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국제 간 교류와 협력에 집중해야

입력 2021-04-26 11:53:37 수정 2021-04-26 18:38:55

권혁욱 니혼대학 경제학부 교수

권혁욱 니혼대학 경제학부 교수
권혁욱 니혼대학 경제학부 교수

콩고민주공화국은 8천700만 명의 인구와 서유럽의 면적에 필적하는 영토에 금, 다이아몬드, 구리 그리고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코발트 산출량이 세계 산출량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고 그 외에도 수많은 광물자원을 무진장 보유한 아프리카 대륙 중부에 위치한 대국이다. 당연히 부유한 나라일 것 같은 콩고민주공화국은 사실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빈곤국이다. 이처럼 엄청난 광물자원을 가진 콩고민주공화국이 왜 비참한 빈곤 상태에 빠졌을까? 콩고민주공화국을 빈곤의 늪에 빠뜨린 사람은 1965년 쿠데타에 성공한 이후 32년 동안 나라를 지배한 모부투 대통령이다. 1960년에 벨기에로부터 독립 후 초기 혼란을 수습한 모부투 대통령은 '진정성'(authenticité)이라는 이름하에 식민지 시대의 자취를 지우고, 서양의 영향을 배제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유럽식 이름도 못 쓰게 하고, 유럽식 복장도 금지하고, 국명, 화폐명, 도시명도 전부 바꾸었다. 이러한 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정치적인 반대파들을 잔인하게 숙청해 얻어진 독재 권력을 가지고 개인숭배를 강화한 결과로 경제와 사회 전체가 모부투 대통령과 그의 친족들에 의해 독점돼 갔다. 재미있는 사실은 모부투 대통령은 유럽식 복장 대신에 모택동이 즐겨 입었던 중국식 복장을 장려했고, 자신을 위한 대통령 관저도 중국식으로 지었다는 것이다.

진정성 정책으로 경제는 완전히 붕괴되었고, 두 번에 걸친 내전으로 550만 명이 죽었을 뿐 아니라 수많은 난민을 양산했다. 이로 인해 콩고민주공화국의 국민들은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협력과 교류 대신에 각자도생과 고립을 선택하게 되면서 풍부한 지하자원과 해외로부터 많은 경제적인 지원이 있음에도 아직 절대적인 빈곤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보다 20년 정도 빨리 북한의 김일성은 친일파 숙청이라는 이름으로 '진정성' 정책을 실시했다고 할 수 있다. 북한 내에서 기독교인, 지주, 지식인들을 친일파로 몰아 숙청한 후, 한국에서도 같은 일을 추진하기 위해 민족상잔의 6·25전쟁을 일으켰다. 김일성은 36년 동안의 일제강점기 기간 중에 죽은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귀한 생명을 친일파 숙청이라는 미명하에 앗아갔다. 김일성은 6·25전쟁에 패한 이후에도 존재하지도 않는 친일파 숙청과 미국 제국주의와의 대결을 외치며 반대파들을 끊임없이 숙청하면서 개인숭배에 기초한 완전한 독재 세습 정권을 구축했다. 이렇게 구축돼 75년간 이어온 세계 역사상 가장 잔혹한 북한의 독재 세습 정권으로 인해 수많은 북한 주민들은 굶어 죽을 정도로 빈곤한 상태에 놓여 있고, 거주 이전의 자유도, 사상·언론·집회의 자유도 없는 최악의 폭정에 신음하고 있다.

과거 식민지 시절의 문제를 청산하고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고자 하는 '진정성'이 매력적으로 들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콩고민주공화국과 북한의 사례에서 보듯이 정치적인 반대파를 숙청해 독재 권력을 구축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결국 그 독재 권력에 의해 다양한 목소리가 배제되고 억압되는 상황이 돼 국민들이 말할 수 없는 정도의 인적, 경제적인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세계 역사가 가르치는 사실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사물인터넷, 전기자동차, 무인자동차 개발 등과 같은 기술 혁신으로 일어난 4차 산업혁명과 국가 간의 교류와 협력이 중시되는 글로벌화 시대, 즉 한 나라의 명운을 좌우하는 이 중차대한 시기에 한국의 법무부 장관은 죽창가를 부르고, 대통령은 일본에 다시는 지지 않겠다고 하고, 일부 국민들은 토착 왜구라는 말을 쓰면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하고 있다. 한국에 일제강점기에 부역한 친일파는 그 누구도 생존해 있지 않음에도 허상의 친일파 때리기는 계속되고 있고, 경제적으로 긴밀한 이웃 일본과의 관계도 심각한 상황에 빠뜨리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과 북한처럼 단절과 고립의 길을 선택해 국민들을 지옥으로 이끌지 말고, 한국이 국제 간의 교류와 협력으로 눈부신 성장을 달성해 왔음을 재인식해, 국가의 에너지를 과거 청산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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