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父 살해한 50대 딸 "성폭행 당할 뻔"…항소심서 무죄→실형 뒤집혀

입력 2021-04-20 19:14:04 수정 2021-04-20 19:28:00

물음표 이미지. 자료사진. 매일신문DB
물음표 이미지. 자료사진. 매일신문DB

90대 아버지가 술에 취해 자신을 성폭행하려 해 이를 막으려다 아버지를 둔기로 폭행해 살해했다고 주장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던 5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제3형사부(재판장 정재오 등)는 20일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A(52)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5월 2일 자택에서 아버지인 B(93) 씨와 술을 마시며 대화하던 중 다툼이 생겨 B씨를 향해 물건 등을 집어던지고 둔기로 수차례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폭행당한 후 방치돼있던 B씨는 결국 오후 4시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하던 A씨는 1심 법정에서 "아버지 명예를 위해 말하지 않았으나, 사실 아버지가 성폭행을 시도해 방어하면서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 등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피고인 진술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특히 ▷'피해자가 웃옷을 벗고 있었다'는 피고인 기억과는 달리 피해자의 상의에 상처 부위 혈흔이 발견된 점 ▷'벗겨진 상태였다'고 주장했던 피고인의 치마에 적지 않은 핏자국이 묻어있던 점 등이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근거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이미 사망한 아버지의 명예를 위해 처벌을 감수하려 했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범행 후 기소까지 약 8개월의 기간이 있었는데 가족들이 자신을 냉대하는 것 같아 갑자기 진실을 밝히기로 했다는 주장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아버지를 각목으로 때리고 쓰러진 후 조치를 취하지도 않는 패륜적 범죄를 저질러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책임을 덜어내기 위해 죽은 아버지를 성추행범으로 몰고 가는 등 죄질이 매우 좋지 못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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