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믿고 AZ 접종, 대통령에게 배신 당해"…'사지마비' 조무사 남편 靑청원

입력 2021-04-20 17:47:12 수정 2021-04-20 18:40:52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재개된 12일 오후 서울 중랑구 보건소에서 의료진이 AZ백신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재개된 12일 오후 서울 중랑구 보건소에서 의료진이 AZ백신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가 사지마비 부작용을 앓게 된 40대 간호조무사의 남편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리고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AZ 접종 후 사지 마비가 온 간호조무사의 남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간호조무사의 남편이라 밝힌 청원인은 "백신 접종을 하고, 사망했거나 중증후유증을 앓고 계신 많은 분들. 앞으로 저와 같은 피해를 볼 수 있는 수많은 국민을 위해 용기를 냈다"며 운을 뗐다.

청원인은 "의료인인 아내는 우선 접종 대상자라, 백신 접종을 거부하거나 선택할 권리도 없었고 진통제를 먹어가며 일했다"며 "아내는 백신 접종 후 19일 만인 지난달 31일 사지가 마비되어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지금 와서 보니 입원 3~4일 전부터 전조증상이 있었으나, 정부의 부작용 안내 부족으로 알아채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병명은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으로, 6개월에서 1년 정도 치료와 재활을 해야 하며, 장애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말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며 "일주일에 400만원씩 나오는 치료비와 간병비를 서민이 어떻게 감당하나"라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보건소에서는 치료가 모두 끝난 다음 치료비와 간병비를 일괄 청구하라고 하는데 심사 기간은 120일이나 걸린다고 한다"며 "질병청에서는 조사만 해가고 이후로는 감감무소식이다. 질병청에 전화하면 시청 민원실로 시청 민원실에 전화하면 구청 보건소에 핑퐁을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또 "근로복지공단 직원이 '안타까운 일이지만 백신 후유증으로 산재접수가 안 된다'고 했다. 근로복지공단 사무실에는 '코로나 확진 피해자들은 산재 신청을 해주세요'라는 포스터가 있었다"며 "백신을 맞지 말고, 코로나에 걸리는 게 더 현명했던 거구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청원인은 "국가를 믿고, 백신을 접종했을 뿐인데 돌아온 것은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형벌이다. 한순간에 건강도 잃고 막대한 치료비라는 현실적 문제까지 떠안았다"며 "(대통령이) 인권변호사로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은 최소한 지켜줄 것이라 확신했는데 배신당한 기분이다. 과연 국가가 있기는 한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해당 청원은 20일 오후 5시 45분 5천여건의 동의를 받았다. 이 청원은 사전 동의 100명을 넘어 현재 관리자 검토를 위해 블라인드 처리된 상태다.

앞서 19일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여성 간호조무사 A(45) 씨는 지난달 12일 AZ 백신을 접종한 뒤 면역 반응 관련 질환인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 진단을 받은 바 있다.

A씨는 두통 증상을 겪어 진통제를 복용했지만 일주일 넘게 두통이 낫지 않았고, 24일쯤 물이 겹쳐서 보이는 '양안 복시'가 나타났고, 31일 병원 입원 후에는 사지 마비 증상까지 나타났다.

다음은 청와대 국민청원 글 전문.

AZ 접종 후 사지 마비가 온 간호조무사의 남편입니다

망설이고, 또 망설였습니다. 우리 가족만의 불행이라 생각했습니다. 저만 참으면 코로나 19 팬데믹이 한여름 소나기처럼 스쳐 지나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백신 접종을 하고, 사망했거나 중증후유증을 앓고 계신 많은 분들. 앞으로 저와 같은 피해를 볼 수 있는 수많은 국민을 위해 용기를 냈습니다.

의료인인 아내는 우선 접종 대상자라, 백신 접종을 거부할 수도, 백신을 선택할 권리도 없었습니다. AZ 백신 접종을 하고, 정부의 말만 믿고 괜찮아지겠지 하며, 진통제를 먹어가며 일했습니다. 호전되기를 기다렸지만, 아내는 백신 접종 후 19일 만인 지난달 31일 사지가 마비되어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와서 보니 입원 3~4일 전부터 전조증상이 있었으나, 정부의 부작용 안내 부족으로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아내는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이라는 병명을 판단 받았습니다. 담당 의사를 만나 6개월에서 1년 정도 치료와 재활을 해야 할 수 있고, 장애가 생길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아내 치료에 신경 쓰기도 벅찬데,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치료비와 간병비 문제입니다. 일주일에 400만 원씩 나오는 치료비와 간병비를 서민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언제 끝날지 모르는 그 기나긴 터널을 힘없는 국민이 어떻게 버텨내야 합니까? 보건소에서는 치료가 모두 끝난 다음 치료비와 간병비를 일괄 청구하라고 합니다. 심사 기간은 120일이나 걸린다고 합니다.

질병청에서는 조사만 해가고, 이후로는 깜깜무소식이었습니다. 누구 하나 피해자를 안심시켜주는 곳은 없었습니다. 질병청에 전화하면 시청 민원실로 시청 민원실에 전화하면 구청 보건소에 핑퐁을 합니다. 그 일을 일주일 정도 반복하게 되었습니다. 전화를 하면 할수록 얼마나 화가 나던지요.

언론에 보도가 되니 정부는 "해외 사례는 있지만 인과성은 인정되지 않았다"며 또 한 번 억장을 무너뜨렸습니다. 의학자들이 풀어내지 못하는 현상을 의학지식도 없는 일반 국민이 그 인과관계를 어떻게 입증해야 하는 것입니까?

국가보상은 오랜 시간이 걸리니, 산재신청이라도 우선 해봐야겠다고 근로복지공단에 찾아갔습니다. 근로복지공단 사무실에는 '코로나 확진 피해자들은 산재신청을 해주세요'라는 포스터가 있었습니다. "아! 백신을 맞지 말고, 코로나에 걸리는 게 더 현명했던 거구나"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접수창구 뒤쪽의 고위급 직원이 "안타까운 일이지만 백신 후유증으로 산재접수가 안 됩니다. 그리고 이 시국에 인과관계를 인정해 줄 의사가 어디 있겠습니까"라는 단호한 말은 제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았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근로자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까? 얼마나 억울해했을까? "백신 후유증 산재접수는 이번이 처음이니, 제가 한번 알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면 그렇게 화가 나지는 않았을 겁니다.

국가를 믿고, 백신을 접종했을 뿐인데. 돌아온 것은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형벌뿐입니다. 선택권도 없이 국가의 명령에 따라 백신을 맞았는데, 한순간에 건강도 잃고 막대한 치료비라는 현실적 문제까지 떠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 기관들은 '천만 명 중 세 명이니까 접종하는 게 사회적으로 이익'이라는 식의 말로 나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백신 피해는 국민 누구나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입니다.

저는 연인에게 배신당한 기분입니다. 그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안전하다", "부작용은 정부가 책임진다."라는 대통령님의 말씀을 믿었습니다. 그 밑바탕에는 대통령님에 대한 존경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권변호사로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은 최소한 지켜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과연 국가가 있기는 한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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