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동네책방] <16>책이 말을 겁니다…진책방

입력 2021-04-19 11:12:17 수정 2021-08-11 17:43:03

영어원서, 일본어원서 읽기 모임 수요 많아
"동네책방 네트워크의 힘 느낄 수 있을 것"

대구 수성구 수성동2가에 있는 진책방 내부. 김태진 기자
대구 수성구 수성동2가에 있는 진책방 내부. 김태진 기자

대구도시철도 3호선 수성시장역이 바로 보이는 수성동2가 주택가에 책방이 생긴 건 1년 전이었다. 들안길로 향하는 대로변과 가까운 터라 "이 동네에 책방이 생겼더라"는 제보를 심심찮게 받은 것도 당연했다. 주택가 책방은 여러 양태의 상점과는 화제 거리로서 농도가 달랐다. 그 동네의 품격과 직결되기라도 하듯 자랑할 만한 것이었다. 책을 읽지 않아도, 들고만 다녀도 자존감이 솟구치던 기억이 묘하게 겹쳤다.

책방은 '책이 당신의 삶에 말을 겁니다'라는 말로 공간 진입을 주저하는 이들을 불러세웠다. 주술에 걸린 듯 책방 문을 연다. 책방에 들어서며 제일 먼저 맞닥뜨리는 건 10인용 탁자의 위용이다. 책방의 절반이 탁자의 몫이다. 나머지 절반이 서가다. 주택가 책방은 필시 독서모임을 위한 공간일 거란 지레짐작이 확신으로 점점 굳어갈 즈음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한다는 책방지기의 성정을 확인한다. 환경을 지키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는 김진행(46) 씨가 운영중인 '진책방'이다.

책방 이름은 그의 이름 '진'에서 왔다. 일본어 '人(사람 인)'의 발음도 '진'이다.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의견을 나누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지난해 4월 문을 열었다. 하고 싶은 모임을 위한 문화 공간을 만들고 싶어 연 책방이라고 했다.

그의 바람처럼 다양한 독서 모임이 있는 책방이었다. 독서모임을 위한 공간이라 할 정도로 모임이 일주일 내내 꽉 차있다. 낭독모임뿐 아니라 영어 원서 읽기, 일본어 원서 읽기 등 외국어 서적 읽기도 있다. 7년 동안 미국에서 생활하며 익힌 영어와 미국에서 경험한 독서모임, 대학시절 따둔 JLPT 1급이 원서 읽기 모임의 배경이 됐다.

대구 수성구 수성동2가에 있는 진책방 내부. 김태진 기자
대구 수성구 수성동2가에 있는 진책방 내부. 김태진 기자

그는 공간과 시간을 제공할 뿐이라고 했다. 일주일 내내 활자를 멀리해도 모임이 있는 날 만큼은 책을 보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시작 1년 만에 뜻을 함께 하는 이들이 적잖이 모였다. 코로나19 확산세로 5인 이상 모임금지 이전까지는 여러 모임의 전체 인원이 50명까지 육박했지만 지금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코로나 직격탄에 주춤할 만했지만 집단 지성의 힘은 온라인으로 뻗어나갔다. 온라인 필사 모임이 생겨난 것이었다.

모임이 중심인 곳이다 보니 각자의 성장이 눈에 보인다고 했다. 책방을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그 역시 독서모임을 통해 읽은 책으로 성장한 경험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으로 노자의 '도덕경'을 꼽았다.

"평생 읽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필사하며 볼 줄은 몰랐어요. 책은 각자의 동기를 자극하는 역할을 합니다. 알게 된 만큼 나누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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