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권자는 ‘정권 심판’을 택했다

입력 2021-04-08 05:00:00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국민의힘의 승리로 끝났다. 예상했던 대로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서울의 경우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후보 단일화 이후 오세훈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에게 한 번도 추월당하지 않고 계속 앞섰고, 부산시장 역시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민주당 김영춘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렸던 데서 확인된 민심이 투표장으로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민주당은 조직표 동원을 통해 근소한 차이로나마 이길 것을 기대했으나 성난 민심을 되돌리지 못했다.

그 이유는 이번 선거의 성격에 있다.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권력형 성추행 때문에 치러진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권 4년을 평가하는 '심판'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문 정권은 툭하면 평등·공정·정의를 입에 올렸지만 4년 내내 공정한 척, 정의로운 척, 도덕적인 척했다.

소득주도성장이란 공상(空想)과 시장 원리를 무시한 25번의 부동산 정책으로 민생을 파탄 내면서도 뒤로는 자기 이익은 꼬박꼬박 챙겼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지칭하며 내 편의 인권만 보호하는 이중성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민주당 전 대표는 부동산 투기에 대해 '윗물은 맑은데 아래가 문제'라며 '남 탓'을 했다.

민주당은 이런 오만과 위선, 탐욕과 무능에 대한 심판을 돈으로 무마하려 했다. 20조 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4차 재난지원금을 마련하고 박 후보는 당선 시 서울 시민 모두에게 10만 원을 주겠다고 '유혹'했다. 그리고 부산에는 법으로서의 요건을 전혀 갖추지 못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만들어 28조 원을 쏟아붓겠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노골적인 선거운동이란 비판에도 가덕도를 방문해 '가슴이 뛴다'고 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전 국민에게 100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뿌린 것과 똑같은 수법으로 '재미'를 보려 한 것이다.

그러나 먹히지 않았다. 그 동력은 단 4년 만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든 문 정권의 폭정과 실정에 대한 심판이라는 유권자의 의무와 권리를 돈에 팔아넘길 수 없다는 성숙한 시민 의식일 것이다. 이는 선거 기간 중 젊은 층의 국민의힘 지원 유세에서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문 정권은 서울·부산 시민, 나아가 전체 국민의 '수준'을 너무 얕본 것이다. 4년 내내 오만으로 일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어떤 형태로든 내년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문 정권의 실정에 지친 국민은 '정권 교체'의 희망을 보았을 것이다. 이 희망이 현실이 되느냐는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국민의힘은 더 낮은 자세로 노력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승리한 것은 결코 국민의힘이 예뻐서가 아님을 뼛속 깊이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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