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칼럼] 기술 발전이 가져다줄 새로운 기회

입력 2021-04-06 15:39:29 수정 2021-04-06 17:12:30

김현덕 경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김현덕 경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김현덕 경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LG전자가 26년 동안 키워 왔던 휴대폰 사업에서 손을 뗀다. 아무리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적자가 누적되는 사업을 지속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 이해하면서도 한때 세계 3대 휴대폰 제조사였던 LG전자의 쓸쓸한 퇴장이 안타깝다. 우리나라 제품이 세계시장에서 가격만이 아니라 기술과 기능으로 충분히 승부할 수 있음을 사실상 처음 입증한 것이 휴대폰이었고, 휴대폰을 둘러싼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치열한 경쟁이 두 회사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자양분이 됐기에 더욱 안타깝다.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기인 휴대폰 시장은 1990년부터 본격 성장하기 시작, 현재도 매년 10억 대 이상의 휴대폰이 판매되고 있다. 시장 성장 과정에서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했고, 수많은 기업들이 흥망성쇠를 거쳤다. 1973년 세계 최초로 휴대전화라는 개념을 만들어 휴대폰 종가라고 불렸던 모토로라도, 한때 세계시장 점유율 40%를 넘어 '넘사벽'으로 불렸던 노키아도 시장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수요가 줄거나 대체품이 갑자기 등장하는 등 시장 자체의 큰 위기가 없었음에도 불과 10년 전 휴대폰 시장을 주름잡던 기업들 중, 이제 삼성전자와 애플만 남았다.

어느 산업에서나 시장 주도 기업은 변할 수 있고, 시기별 시장 점유율 변동도 당연한 것이지만, 휴대폰 시장에서 기업의 존망은 일차적으로 기술 발전에 대한 대응 태도에 따라 엇갈렸다. 휴대폰에 적용되는 통신 기술이 발전하면서 1세대에서 2세대로 이동통신 서비스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노키아가 모토로라를 제치고, 노키아는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와 스마트폰의 등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삼성전자와 애플에 밀려 시장에서 퇴출됐다. 즉, 현재 제품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기술을 적극 도입하여 제품을 개선한 기업만이 살아남았으며, 첨단 제품은 마케팅 등 다른 요인보다 기술이 시장 성패를 결정 짓는 요인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노키아나 모토로라와 같이 휴대폰 시장에서 연간 수십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들은 충분한 투자 여력과 막강한 기술적 인재를 가지고 있었다. 신기술 도입에 더 유리한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왜 후발 주자나 신생 기업에 밀린 것일까?

여기에 답하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의 다른 속성을 살펴봐야 한다. 즉, 언뜻 보기에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면 그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이 아니면 수용하기 어려워 진입 장벽이 높아질 것이라 생각할 수 있으나, 실상은 기술 발전은 언제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피처폰으로 불리던 1세대 또는 2세대 휴대폰은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제품이 아니었다. 피처폰을 개발하기 위해 수십억에 달하는 라이선스를 구입하더라도 개별 기업이 모든 기능 구현을 위한 소프트웨어와 부품을 자체적으로 별도로 구현해야 했기에 대규모 인력 확보와 투자가 필요했다. 하지만, 기능과 성능이 더 발전한 스마트폰에서는 개별 회사가 개발할 업무가 오히려 줄어들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게 됐다. 피처폰을 한 번도 만든 적 없는 중국 기업들이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처럼 기술 발전이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오히려 기업이나 개인의 역량 차이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현재, 개인이 부품을 사서 PC를 조립해서 사용해도 성능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PC 관련 기술이 그만큼 발전해 있기 때문이다.

전 산업에서 첨단기술 적용과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이런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변화의 방향을 읽고, 적절한 시점에 과감히 도전해야 한다. 애플, 구글 등 미국 기업들이 이루어 놓은 스마트폰 기술의 최대 수혜자가 2010년 전후로 시장에 뛰어든 중국 기업들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과감한 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기차로의 전환과 기술 발전 추세 등을 고려하면 다음 변동의 무대는 자동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작은 기업이 자동차를 쉽게 만드는 시대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고, 이미 전 세계적으로 그런 시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기술 발전 열매를 우리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조금 더 과감히 도전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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