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된 해평 살리자" 반대 기류 속 찬성 의견도…젊은층 중심 "지역 발전" 여론
"주민 설명회로 장단점 파악, 상생기금·SOC 실리 챙겨야"
반대 비대위 "추가 규제" 걱정…"축사 많아 간섭 심해질 수도, 해평 발전 구체적案 내놔야"
구미 해평취수장이 위치한 해평면 주민들은 지난해 '취수원반대해평면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만들었다. 대구의 취수원 공동 이용 방침에 반대하기 위해 만든 단체다. 주민들은 지난해 환경부 주민설명회도 무산시켰다. 이런 강경 분위기 탓에 공동 이용 찬성 얘기는 입밖으로 꺼낼 수도 없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주민들을 중심으로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젊은층을 중심으로 대구와 취수원 공동 이용을 지렛대로 삼아 지역 발전의 계기로 만들자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해평면을 직접 찾아 주민들의 얘기를 들었다.
◆'실리'를 찾자
지난 24일 오전 10시쯤 구미 해평면 해평농협 인근 해평면 청년봉사회 사무실. 김기완(57) 회장과 회원들이 둘러 앉았다. 최근 면모를 일신한 청년봉사회는 회원 5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청년봉사회가 주목받는 것은 김 회장을 중심으로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에 대해 기존 목소리와 다른 입장을 내놔서다.
지난해 11월 환경부는 해평면복지회관에서 '대구취수원 이전 관련 연구용역안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려고 했지만 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10여분 만에 무산됐다. 용역안은 낙동강 수질 사고 등을 겪은 대구가 해평면에 위치한 해평취수장을 하루 30만㎥를 취수해 활용해도 구미의 생활·공업·농업 용수 사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추가 규제도 없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용역안 자체를 믿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날 만난 김 회장은 생각이 달랐다. 그는 "취수원 이전 문제가 정치 논리로 가고 있다"며 "주민들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서 주민설명회를 통해 장점과 단점을 알도록 해야 한다. 해평주민 80~90%는 내심 찬성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만 반대하는 상황이다. 모든 사실을 다 공개해서 장단점을 알고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대구와 취수원 공동 이용을 계기로 해평면도 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는 해평취수원장을 이용하는 대신 ▷취수원 공동활용지역 주민 편의 향상을 위해 매년 100억원 상생기금 지원 ▷구미5산단과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간 연결도로 건설 등 1조원 규모의 국비 지원 사업 추진 ▷구미5산단 입주 업종 확대 등을 통한 분양 활성화 지원 등을 약속한 상태다.
김 회장은 "해평이 너무 낙후됐다. 취수원 공동 이용을 계기로 주민들도 실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미시의 시민사회단체와 인근 지역 주민들과도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취수원 이전 문제를 실리 차원에서 접근하자는 의견을 모아서 여론을 형성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일부 주민들은 2011년에 구미 산동읍에 준공한 환경자원화시설을 사례로 들기도 했다. 당시 해평면이 유력 후보지였지만 해평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대하는 탓에 이웃 산동으로 자리를 잡았다.
구미시는 환경자원화시설 인근 주민에게 인센티브로 지역발전기금 100억원에다 환경자원화시설 주변의 땅 8만7천㎡에 인조잔디 축구장과 쉼터 등 주민편익시설을 건립했다.
한 주민은 "당시 환경자원화시설을 놓친 걸 아쉬워하는 주민들이 아직도 있다"며 "주민들의 마음에는 주변 읍·면에 비해 낙후된 지역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고 했다.
◆"추가 규제 두렵다"
이어 만난 문영주 비대위원장은 완강했다. 그는 해평취수장을 대구가 공동 이용할 경우 상수원보호구역 확대 또는 공장설립 제한구역 확대 등 추가 규제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환경부가 용역을 통해 '추가 규제는 없다'고 밝혔지만 문 위원장은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는 "250만 대구시민이 해평취수장을 이용할 경우 장기적으로 규제를 추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난해 환경부를 방문해 국장들에게 추가 규제가 없다고 각서를 쓸 수 있느냐고 다그치니까 대답을 못하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해평면에 축사가 많이 들어서 있다. 취수장을 공동 이용하면 축사에 대한 규제도 지금보다 더 강화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환경부 용역에 대한 불신도 깊었다. 문 위원장은 "연구용역에 참여하는 교수들이 해평에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지역 사정을 전혀 모르고 주민들과 대화도 없었다. 제대로 된 연구용역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매년 100억원의 상생기금에 대해서도 시큰둥했다. 해평면에 직접 주는 게 아니라 구미시를 통해서 전달되는 탓에 해평 지역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문 위원장은 "정부가 해평면 발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놔야 한다. 주민들이 원하는 안을 지난해 정부 측에 제시한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기대를 접었다"고 했다.
문 위원장은 해평면의 젊은층을 중심으로 대구와 취수장 공동 사용을 계기로 지역 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면 지난해처럼 또다시 파행으로 치달을 것"이라며 "대구가 해평취수장 물을 가져갈 명분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구미시는 주민들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대 여론이 워낙 강했던 탓에 구미시도 이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박수원 구미시 상하수도사업소장은 "주민들의 의사가 제일 우선이고,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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