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대형전선 '불꽃'…한전 직원 "전업사 불러서 해결하세요"

입력 2021-03-31 16:01:56 수정 2021-03-31 21:15:07

[독자와함께] 출동한 한전 직원 "우리 일 아냐" 주민에 면박, 조치 1분도 안 걸려
한전 "신고 받고 현장에 갔고, 조치 취했으니 문제될 게 없다"

포항시 남구 대송면 운제산 앞 한 농가에서 빠져나온 굵은 전선에서 불꽃이 일면서 주민들이 산불 등 대형 화재를 우려하며 한전에 신고했다. 박승혁 기자
포항시 남구 대송면 운제산 앞 한 농가에서 빠져나온 굵은 전선에서 불꽃이 일면서 주민들이 산불 등 대형 화재를 우려하며 한전에 신고했다. 박승혁 기자

"우리 일도 아닌데 왜 불러요."

한국전력공사 직원이 농가에서 나온 대형전선에서 불꽃이 일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뒤 신고한 주민에게 면박을 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30일 포항시 남구 대송면 농가 주민들에 따르면 29일 오전 이곳 A씨 농가에서 나온 사용하지 않는 전선에서 불꽃이 이는 것이 목격돼 한국전력공사 포항지사에 신고했다.

그러자 현장에 나온 한전 직원들은 "개인 농가에서 나온 전선 처리는 우리 소관 업무가 아닌데 왜 불렀느냐, 전업사 불러서 해결하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씨 부부는 화재 위험이 있다며 "좀 살펴봐달라"고 재차 부탁했고, 직원들은 마지 못해 해당 전선과 연결된 전압기 스위치를 내리는 것으로 해결했다.

1분도 채 안 걸리는 조치였지만, 산골짜기로 자신들을 부른 것에 화가 난 듯 직원들은 A씨 등 주민들을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농가 주인 A씨는 지난 2017년 2월 누전 때문으로 추정되는 화재로 순식간에 집을 잃은 경험이 있어 관련 사고에 대한 큰 두려움을 갖고 있다.

화재 이후 A씨 부부는 1년 넘게 컨테이너에서 어렵게 생활하다가 2018년 포스코로부터 스틸하우스를 선물받아 생활하고 있다.

A씨는 "여기 사는 주민 대부분이 70, 80세가 넘는 노인들이다. 사고 신고에 대해 명확한 관할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전선에서 불꽃이 튀니 급한대로 한전으로 연락했다. 타박하기보다는 산불예방 등 공익적 측면을 봐서라도 조치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한전 관계자는 "농가 전선은 개인소유물이어서 우리가 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주민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갔고, 조치를 취했으니 문제될 게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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