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sight] 대구 품격 높이는 자원봉사

입력 2021-03-31 06:00:00 수정 2021-03-31 06:03:42

대구 자원봉사 '활동' 서울·부산·인천 앞서
세계육상선수권 등 스포츠대회 통해 수준 향상

대구시의 자원봉사자 등록 인원이 70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구시 주최로 열린 2020 청소년 자원봉사페스티벌 모습. 대구시 제공
대구시의 자원봉사자 등록 인원이 70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구시 주최로 열린 2020 청소년 자원봉사페스티벌 모습. 대구시 제공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대구시민임을 자랑스럽게 하는 요소 중 하나를 꼽으라면 자원봉사 분야를 들고 싶다.

2020년 말 기준으로 대구시 자원봉사 등록 인원은 69만3천19명으로 인구(241만8천346명) 대비 28.6%를 차지하고 있다. 대구시민 10명 가운데 3명이 자원봉사자로 등록한 셈이다.

대구시의 자원봉사자 수는 인구 294만2천828명의 인천시(69만3천730명, 등록률 23.6%)보다 더 많다. 인천 인구가 대구보다 52만4천482명이나 더 많은 점을 고려하면 대구시민들이 자원봉사에 깊은 관심을 보임을 알 수 있다.

대구시의 자원봉사 등록률은 서울시(26.0%), 부산시(26.9%)보다도 앞선다. 지난해 기준 자원봉사 활동률(연 1회 이상 참가)도 대구시는 16.1%로 서울시(13.1%), 부산시(13.7%), 인천시(15.6%)에 앞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자원봉사 활동률이 예년(30~40%)보다 매우 낮았다.

대구시는 대규모 스포츠 국제 대회를 개최하면서 시민들의 자원봉사 수준을 높일 수 있었다.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U)대회와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대표적이다.

U대회와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통해 대구가 얻은 최대 성과는 자원봉사를 통한 시민 의식의 국제화일 것이다. 대구시민들은 분지라는 지리적 특성에다 보수적인 기질 탓에 외부에 배타적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런 성향을 국제 대회를 준비하고 개최하는 과정에서 교육과 경험을 통해 바꾼 것이다.

기자는 대구 U대회를 앞두고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특강을 하면서 1994년 미국 월드컵과 2001년 베이징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취재 경험담을 사례로 든 적이 있다.

미국에서는 항상 웃고 다녀야 했다. 조금이라도 어색해하거나 불편한 표정을 지으면 어김없이 다가오는 자원봉사자 때문이다. 함성이 쏟아지는 관람석에서 경기장을 등진 채 맡은 안내와 보안 업무에 열중한 자원봉사자들은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베이징에서는 시작부터 악몽이었다. 공항에 배치된 자원봉사자는 미디어센터 문의에 그냥 택시를 타고 가면 된다는 뻔한 안내를 했고, 미디어 등록센터에선 미리 받은 책자 설명과는 달리 근무시간이었지만 직원들이 퇴근하고 없었다. 신분증을 대신하는 프레스 카드를 바로 발급받지 못해 당황한 기억이 남아 있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알선한 호텔 방 입구에는 한 명씩 직원(?)이 배치됐는데 외출하고 돌아오면 (훔쳐간 것은 없었지만) 방을 뒤진 흔적이 남아 있었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자원봉사자 운영 현황에 따르면 경기지원, 안내 등 11개 분야에서 4천629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했다. 1차 모집에는 4천13명이 신청했고, 2069명을 선발했다. 2차 모집에서는 7천550명의 신청자 중 4천64명을 선발했다. 3차 234명을 포함, 총 6천367명을 선발했다.

자원봉사자 참여율은 72.7%인데,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70%대로 매우 높게 보는 시각도 있지만, 운영이 세밀하지 못했기 때문에 낮다는 지적도 있다. 대회 당시 경기지원, 미디어, 사무지원 분야의 참여율이 통역, 운전, 안전 등 분야보다 낮았다.

코로나19 사태로 대구시 자원봉사 활동은 지난해 크게 위축됐다. 1년 동안 11만1천404명이 한 차례 이상 자원봉사에 참여, 등록 인원 대비 활동률은 16.1%에 머물렀다. 활동률은 2016년 48.7%로 정점을 찍은 후 2017년 48.0%, 2018년 38.9%, 2019년 31.3%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대구시의 2021년 자원봉사 기치는 '행복 대구! 자원봉사의 힘으로'이다. 대구시는 올해 감염병 재난 극복과 위기대응을 위해 사회안전망인 통합자원봉사지원단 운영과 시민 대상 안전교육 및 생활 속 안전에 대한 인식개선 사업을 운영하는 한편 의료진에게 응원 메시지 보내기, 공연자원봉사단의 유튜브 공연, 마스크 모으기 캠페인 등 언택트 자원봉사 활동도 꾸준히 전개할 계획이다. 우수한 자원봉사 추진역량의 내실화를 다지고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해 5개 분야 30개 사업을 추진한다.

중점을 두는 분야는 자원봉사 재난지원시스템 및 네트워크 강화다. 대구시는 사회 안전문제에 대해 시민 스스로 관심을 두고 참여할 수 있는 안전대비 자원봉사 활동, 기후변화대응 등의 자원봉사 활동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비상 상황에서 신속히 자원봉사 활동을 전개하도록 66개 재난 관련 기관·단체로 구성된 '재난 자원봉사 SOS 지원시스템'을 운영한다.

지구상 모든 국가가 다양한 유형의 재난에 시달리고 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등 현대 문명사회의 복잡성에 기인한 인위적인 재난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재난관리와 구호에 대한 책임은 국가에 있지만, 정부 체계만으로 이를 총체적이고 완벽하게 관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민간 부문의 관심과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한데 자원봉사 활동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다. 자원봉사 활동은 공공 부문의 정책이나 제도 이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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