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겹게 춤추고, 울며 웃기는 기댈 수 있는 우리가락을 하겠습니다" 소리꾼 김학영 씨

입력 2021-03-28 14:50:00 수정 2021-03-28 18:39:42

53세에 국악계에 입문...5년만 '최계란 명창 대구아리랑 경창대회 명창부 동상 쾌거

26일 대구 달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학영씨가 본인이 작성한 감사일기와 참가한 대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26일 대구 달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학영씨가 본인이 작성한 감사일기와 참가한 대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우리 가락을 통해 사람을 울리고 웃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6일 대구 달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직장인 김학영(59) 씨는 "민요는 장소 공간, 시간을 불문하고 일상의 희로애락을 담은 고유문화"라고 말했다.

53세의 늦은 나이에 소리를 시작한 그는 5년 만인 지난해 대구달성문화회관에서 열린 '최계란 명창 대구아리랑 경창대회'에 출전해 명창부 동상을 차지했다. 2016년 첫 출전한 상주 전국민요경창대회에서 신인부 장려상을 수상해 재능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는 "근무 중 소리내어 연습하기 어렵다 보니 점심시간을 이용해 노래를 듣고 폐활량을 늘리기 위해 항상 운동을 병행해왔다"면서 "최고의 명창 선생님들을 만나 교육받은 덕분에 빠른 시간 내에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스승님들께 너무나 감사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경북 안동 출신인 그는 어린 시절 풍물패 소리가 마을에 울려 퍼지면 뛰어나가 구경했다. 특히 상쇠가 쉬면 꽹과리를 한 번이라도 쳐보고 싶어 종일 따라다니기도 했다. 그는 '긴 아리랑'을 가장 좋아한다. 이 곡은 서울·경기 민요 중 하나로 길이도 길고 느린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느린 장단에 맞춰 폭넓은 음역을 표현해야 하는 곡으로 부르기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초·중등학교 시절부터 일반 대중가요나 팝송 대신 김영임, 최창남 선생의 민요 카세트 테이프를 즐겨들었다"라며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과 남다른 음악 취향을 갖고 있었는데 그런 점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14회 최계란 명창 대구아리랑 경창대회에 참가한 김학영 씨. 본인제공.
제14회 최계란 명창 대구아리랑 경창대회에 참가한 김학영 씨. 본인제공.

그에게 음악은 마음의 '안식처'이기도 하다. 김 씨는 "우리 소리 덕에 어느자리에 가든 스타이고 외롭지 않은 노후를 살아갈것 같다"며 "지치고 어려운 일이 생길때 1시간씩 선생님과 12잡가를 부르다 보면 모든 시름은 사라지고 삶의 새로운 활력을 얻는다"고 털어놨다.

6년 전 소리를 체계적으로 접하게 된 김 씨는 최은회 선생께 찾아가 제자로 받아달라며 간청해 정식 입문했다. 이후 그는 백영춘, 최영숙 인간문화재로부터 산타령과 장대장 타령을 사사하고 지금의 스승에게 12잡가를 배우고 있다.

이처럼 소리를 시작한 그는 다양한 무대를 보며 꿈을 키워왔다. 김 씨는 "안동탈춤축제, 우리소리 창작무대, 컬러풀대구 등 각종 국악 행사에 유명 명창을 보며 언젠가 명창 소리를 들으며 초청 국악인으로 무대에 오르는 꿈을 수없이 꿨다. 이제는 명창부 수상을 했으니 그 꿈에 한걸음 다가같 것 같다 "며 "다행히 지금은 몸이라는 좋은 악기를 잘 가꿔 많은 사람에게 우리 소리를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김 씨는 메모하며 감사일기를 써오고 있다. 그는 "하루에 5건 감사함을 메모하다 보니 어느덧 2년이 넘었다"며 "빈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시작했던 일이 지금은 일상이 돼 버렸고, 덕분에 소리를 내는데 자극제로 도움이된다"고 소개했다.

김 씨는 각종 모임에서도 우리 가락이 생활화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건배사'를 하지만 그는 '권주가'로 그날의 상황과 분위기를 표현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그는 "우리 가락은 내가 소리를 내는 그곳이 무대라고 생각한다"며 "언제든 최선을 다해 노래하는 것이 우리 전통을 잘 계승하고 후세에 전할 방법"이라며 소회를 밝혔다.

오랫동안 직장 KB금융그룹에서 교육 분야를 맡아 온 그는 지도에 대한 노하우와 소리 실력을 늘려 퇴직 후 다양한 도전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씨는 "이춘희 선생님의 경기민요 십이잡가를 정통으로 배워 지도자의 길을 걷고 싶다"며 "또한 힘든 사람들을 돕기 위한 봉사 무대도 지금보다 더 많이 다녀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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