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동산 투기로 부를 축적해 온 고위공직자들

입력 2021-03-26 05:00:00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고위공직자들의 재산 현황은 '부동산 공화국' 치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 '부동산 불패'라는 그릇된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 나라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5차례에 이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무위에 그쳤다는 사실도 입증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이후 부동산 투기 근절을 요구하는 여론이 비등하는 상황에서 부동산을 수단으로 서민이 상상하기 어려운 부를 단기간에 축적한 고위공직자들의 행태에 국민의 좌절감이 크다.

행정부 고위공무원 759명 중 51%인 388명이 본인과 가족 명의의 토지 재산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을 2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는 19.5%인 148명이나 됐다. 국회의원 6명 중 1명꼴인 49명이 다주택자였고, 3주택 의원도 4명이나 됐다. 3기 신도시 인근 부동산을 매입한 의원이 3명이었다. 일부 지방의회 의원들은 주택임대사업자 뺨치는 주택·토지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공직자들의 신도시·개발지역 땅 투기 의혹도 다수 포착됐다.

공개 대상자의 80%가 지난해 재산이 늘어 평균 증가액이 1억3천만 원에 달했다. 그 전해 증가액 8천600만 원보다 껑충 뛰었다. 부동산·주식 급등 덕분이겠지만 코로나 사태로 고통을 겪는 서민들 사정과는 천양지차다. 더욱이 재산신고에 부동산 현재 시세가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 재산 증가액은 신고가의 몇 배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25차례나 쏟아내고 다주택자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투기를 뿌리 뽑겠다고 했다. 그러나 고위공직자들은 이를 비웃으며 부동산으로 재산 증식을 했다. 땅은커녕 내 집 한 칸 없는 서민들로서는 허탈하고 울분이 터지는 일이다. 부동산 투기가 의심되는 사례들에 대해서는 광범위하고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정부·여당은 모든 정책·입법 수단을 동원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공직자들의 투기를 차단하고 엄벌해야 한다. 공직사회 스스로 부동산 투기를 근절해 더는 국민에게 실망을 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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