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끝나지 않는 상처] 보완 필요한 학교폭력 예방 교육
교사·학부모 교육 전방위 확대…함께 해결하는 환경 만들어야
욕 못하고 옷 못 입는 학생들은 왕따…10대 또래문화 점검 진행해야
학교폭력에서 여전히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도움을 호소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학교폭력 예방 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학교폭력 안된다'라는 캠페인 위주의 교육보다는 피해 학생들이 필요할 때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환경 개선 교육'이 병행 돼야 한다는 것이다.
◆캠페인 위주의 실효성 없는 예방 교육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학교폭력 예방교육은 학교마다 1년 동안 11차례 내외로 운영된다. 학생들 간의 갈등 상황이 있을 때 소통하는 방법과 학교폭력 인식 및 대처 방법 등을 교육하는 '어울림 프로그램', 학교 폭력 내용을 담은 뮤지컬 등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중이다.
대구경찰청 역시 학교폭력 예방 동영상과 카드뉴스 등을 대구 모든 학교에 배부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학교 측에서 수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예방 교육이 여전히 캠페인 위주에 그치면서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학생들에게는 학교폭력(이하 학폭) 예방 교육 시간이 '잠자는 시간'으로 여겨져 크게 와닿지 않을뿐더러 교육 자체도 캠페인성 위주에 그치면서 정작 피해자 회복과 구제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대구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19) 양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학폭 교육은 영상을 틀어놓고 느낀 점을 적으라는 식이 대다수였다. 일부 친구들은 아예 자는 시간으로 여겨 대부분 엎드려 있다"며 "영상을 보면 피해자를 나서서 돕는게 맞지만 사실상 내 일이 아니면 굳이 끼어들고 싶은 마음이 잘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고교 교사 B(56) 씨도 "여전히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학폭 교육은 캠페인성에 그친다. 물론 '피해자에게 도움을 호소하라'는 교육도 많이 강화됐지만 학교폭력 예방 강의가 '안전' 교육의 일부로 진행되다보니 학생들 대다수는 예방교육에 큰 관심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부모 교육 확대와 교사 처우 개선
피해자 부모들은 교사 ·부모 교육 등이 전방위적으로 확대‧진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폭력에 대한 교사와 학부모들의 민감한 반응과 관심 확대로 피해자들이 도움을 호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피해 학부모 C(38) 씨는 "교사의 처리 방법에 따라 학폭 해결 수준이 달라진다. 교사가 반 아이들과 학교폭력을 함께 해결하는 식으로 처리할 경우 피해자들이 전학을 가지 않고 다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마무리되기도 한다. 피해 학생도 마음 놓고 교사에게 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게 된다. 교사들을 대상으로 해결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를 위해 교사들의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잖다. 요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에서는 변호사를 대동하거나 교사들이 피해자 편을 들 경우 가해자 측의 부모가 고소·고발을 하는 경우까지 생겨 교사들의 입지가 상당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교사들이 학폭위 과정 중 받게 되는 불이익에 대해 자유로울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
부모 교육에 학부모 참여율을 높이는 것도 고민해야 할 문제다. 대구시교육청은 각 학교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예방 교육을 진행토록 하지만 정작 형편이 넉넉하거나 자녀의 교육에 관심이 높은 학부모들만 교육에 참여하는 게 현실이다.
대구 한 청소년상담센터 상담교사는 "부모들이 자녀의 일에 관심이 없거나 잘못에 대한 훈계없이 감싸기만 돌면 아이들은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다"며 "학부모들이 예방 교육에 무조건적으로 참석하는 방안을 고안하거나 복지 측면으로 학생들이 처한 가정환경을 살피고 상담을 진행하는 등 대안 가정교육을 고민해봐야한다"고 말했다.
◆욕 못하면 왕따…10대 또래문화 점검해야
일각에서는 10대들의 또래문화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개성이 뚜렷하거나 비싼 옷을 입고 과격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이 소위 '잘 나가는' 인기 학생으로 주목받는 10대들의 또래문화 사이에서 이를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는 성격을 지닌 아이들이 주로 학폭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물리적 폭력, 집단 따돌림이 없어도 또래 문화에 속하지 못한 학생들은 집단에서 '관심 밖'에 놓인다는 것 자체만으로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렇기에 또래문화에 견디고 살아남기 위해 학생들의 인성이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옥련 로하스교육연구소 국장은 "바른말 고운말을 하면 왕따고 욕을 해야 무리에 섞일 수 있는 게 요즘 10대 또래 문화의 특성이다. 이런 문화에 적응을 하지 못하면 따돌림을 받기에 아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바뀌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방교육도 필요하지만 10대들의 또래 문화가 올바르게 나가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을 해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의 인성이 바르게 자라고 있는지 학교와 부모들의 관심과 지적 교육 등도 수반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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