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수직정원은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는 환경 정원이다

입력 2021-03-26 19:05:04 수정 2021-03-26 19:37:00

장병관 대구대 도시조경학부 교수

장병관 대구대 도시조경학부 교수
장병관 대구대 도시조경학부 교수

얼마 전 여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시에 향후 21개의 수직정원을 조성하고 이들 수직정원이 도시의 랜드마크로서 기능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건축물의 벽면을 식물로 장식하는 수직정원은 현재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과 미국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는 정원으로 실제 조성되어 있는 곳도 여럿 있다. 나 역시 수년 전 파리에서 수직정원을 보고는 신선한 인상을 받았다. 이제 우리 정치인들도 도시 조경에 관심을 갖는다는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2015년 이탈리아 밀라노의 수직 숲이라고 불리는 '보스코 베르티칼레'라는 80m와 112m 높이로 건설된 2개의 고층 건축물에 수직정원이 조성되었다. 건축가 스테파노 보에리는 "담쟁이덩굴로 둘러싸인 전통적인 이탈리아 탑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가구마다 개별적인 숲과 정원으로 조성된 발코니형 테라스를 계획하여 디자인했다"고 한다. 건축가의 이와 같은 적극적인 시도 덕분에 유럽의 도시 중 대기 오염도가 높은 밀라노는 도심 건물군 주변의 대기 오염을 20%나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수직정원은 도시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자연을 더하는 방법으로 도시민의 심리적 웰빙을 높이면서 온도를 낮추고 대기질에 도움이 되는 기능을 한다. 수직정원 연구가인 패트릭 블랭크에 따르면 "식물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는 빛과 이산화탄소, 물과 그 안에 녹아 있는 양분으로 흙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며, 수직정원용 식물의 뿌리는 흙이 아닌 부직포 속에서도 잘 자랄 수 있을 것이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조경 전문가 역시 수직정원을 조성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수직정원은 벽면에 세워질 수 있는 정원 틀과 식물, 그리고 식물의 뿌리가 살 수 있는 기반이 되는 부직포(흙 대체물)로 구성된다. 여기에 더하여 식물에게 물과 양분을 공급할 수 있는 관수시설과 과도한 물을 제거할 수 있는 배수시설이 필요하다. 이렇게 조성된 수직정원은 단열 효과가 있어서 겨울 추위를 막아주고, 여름에는 자연 냉각 기능을 가동해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식물의 잎과 뿌리, 그리고 이들 속에서 살고 있는 모든 미생물이 광범위하게 공기를 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식물의 뿌리가 있는 부직포에 갇힌 오염 입자는 천천히 분해되어 식물 비료가 된다. 이런 기능을 잘 활용하면 수직정원은 중국발 미세먼지를 감소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환경 문제가 인류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는 이때, 수직정원 조성은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열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계속적인 실험을 통해서 우리의 기후 환경에 적합한 식물을 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직정원의 성공적 사례인 밀라노 고층 아파트의 수직정원 경우, 3년에 걸친 기간 동안 직접 재배를 하는 등의 연구와 실험 끝에 마침내 밀라노 도심에 적합한 식물을 선정했다고 했다.

범조경단체가 특정 정당에만 수직정원 조성 정책을 제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히 여러 정당에 메시지를 넣었을 것이다. 단지 그 제안을 여당 후보가 자신의 선거 공약으로 채택했을 뿐이다. 수직정원은 우리의 미래와 연결된 것이므로 정당, 진영에 관계 없이 조성되어야 하는 사업이다. 조경학회와 협회, 그리고 관련되는 여러 기관과 업체들이 함께 수직정원 조성에 힘써 내가 파리에서 느꼈던 신선함이 우리 도시 전체에 전해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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