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시절 따라 춤추는 투자와 투기

입력 2021-03-24 17:35:44 수정 2021-03-25 06:14:07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일대. 매일신문DB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일대. 매일신문DB
이재협 편집국 부국장
이재협 편집국 부국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개발지 투기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요즘, 택지 개발과 주택 공급을 책임지는 공기업 직원들이 개발 정보로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것은 당연히 공분을 살 일이다. 콘크리트 지지율을 보이며 어떤 악재에도 추락하지 않던 대통령 지지율이 LH 사태 이후 급락하는 것을 보면 국민들이 얼마나 부동산에 대해 민감한지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은 어떻게 보면 '부동산 공화국'이다. 집값이 널뛰기하듯 등락하고 서울 강남과 대구, 부산의 일부 지역은 아파트 한 채 가격이 10억~20억원을 넘어섰다. 부동산 버블 시대 일본 전체 땅을 팔면 미국 땅을 사고도 남는다는 말이 있었다. 현재 대한민국도 한 채에 수십억 원에 이르는 강남 아파트 대단지를 몇 개 통째로 판다면 웬만한 나라 전체 땅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부동산 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딱히 물려받은 재산이 없는 직장인이라면 쉽게 엄두를 낼 수 없는 것이 대도시 아파트 가격이다. 월급을 모아서 집을 산다는 것이 힘든 만큼 발품을 팔아 아파트 청약 당첨을 받은 뒤 분양권을 팔고,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재건축 단지에 투자를 하는 것은 보편적인 투자 방법이다.

부동산을 통한 재산 증식에는 보수와 진보, 좌와 우도 없다. 대한민국에서 중산층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또는 부의 축적을 위한 필수 아이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부동산을 통해 받는 국민들의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무주택자는 집 한 채 장만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하고 고가 주택 소유자나 다주택자는 세금 폭탄의 짐을 메고 살아야 한다.

여기에다 집값 추이에 따라 춤추는 일관성 없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폐해도 국민들의 몫이다.

'미분양 아파트 구입 시 5년간 양도세 면제'. 그리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2009년과 2013년, 정부는 두 차례에 걸쳐 미분양 아파트 구입에 대해 세제 혜택이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리먼 사태 여파로 미분양이 넘치면서 건설 경기가 추락하고 준공 후 미입주 아파트가 급증한 때문이다. 정부가 아파트 구매를 처음으로 독려한 것은 IMF 이후다. '소비가 나라를 살린다'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아파트 구입은 물론 소비 장려 정책을 내놓았다.

이 시절에 아파트를 구매하면 투자가 된다. 하지만 집값이 올라가면 투자는 묘하게 투기적 행위로 분류된다.

이 시점이 되면 정부는 아파트 가격을 잡겠다며 1가구 2주택 양도세 중과세는 물론 분양권 전매 금지, 보유세 강화 카드를 꺼내 든다. 좀 더 부유한 사람들이 세수 부담을 더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시절에 따라 집 구매를 부추기던 정부가 어느 날 고가 주택 또는 다주택자란 이유로 보유세와 양도세 등 양날의 칼을 휘두르는 것에 대해서는 정서적 반감이 강할 수밖에 없다.

아파트 가격은 항상 8~10년 주기로 변해왔다. 지금은 분양받은 아파트가 입주 때가 되면 가격이 폭등하고 있지만 어느 시기가 되면 미분양이 조금씩 늘어나게 되고 당연히 집값도 떨어지게 된다.

대구만 해도 올해부터 입주 물량이 큰 폭으로 늘어나게 된다. 미분양이 사회적 문제가 될 때 정부는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사뭇 궁금하다.

최신 기사